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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계륵(鷄肋)된 경제민주화...靑ㆍ새누리당 깊어지는 고민
새누리당이 ‘경제민주화’ 앞에서 갈지자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지도부는 조심스럽게 ‘속도 조절’ 필요성을 언급했지만, 당 내 반발도 만만치 않다. 또 경제민주화를 넘어 ‘을(乙)을 위한 국회’를 내건 야권은 ‘공약 후퇴, 약속 위반’ 이라며 십자포화를 퍼붙고 있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18일 “일부에서 경제민주화 속도조절로 표현하고 있는데 적절한 표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이례적으로 해명에 나섰다. 그는 “지배구조 문제는 아직 숙성이 덜 된 만큼 입법의 완성도를 높인 후 안전장치를 갖춰가면서 처리하는 것이 대체적인 컨센서스”라며 경제민주화 관련 법 처리에 신중을 당부했던 어제 발언을 부연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같은 최 원내대표의 엇갈린 발언과 해명을, 경제민주화에 대한 청와대, 그리고 여당의 고민을 그대로 보여준 것으로 해석했다. 총선과 대선에서 ‘경제민주화’ 화두 선점에 성공했고, 이를 바탕으로 대선승리를 이끌어냈지만, 현실에서는 수정이 불가피하다보니 방향잡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새누리당 지도부의 갈지자 행보는 “걱정된다”는 박 대통령의 발언에서 비롯됐다. 박 대통령은 최근 국회에서 거론되고 있는 각종 경제 관련 입법들이 자신의 공약을 넘어서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이후 새누리당 지도부는 대기업 지배구조 개선, 하도급법 개선안 등에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야당은 물론 당 내 소장ㆍ쇄신파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당장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경제민주화를 위한 첫 걸음이 시작됐지만 새누리당이 기다렸다는듯이 브레이크를 걸고 나섰다”며 “갑을병정 다 중요하다며 너스레를 떨고 있지만, 을이 피눈물을 흘리는 지금은 말 잔치가 아니라 진정성이 필요한 때”라고 일침을 놨다.

지난 총선 이후부터 새누리당 내 경제민주화 입법을 주도했던 소장ㆍ쇄신파들의 반발도 거세다.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 소속 한 의원은 “재벌과 관료 집단의 영향력을 억제하고 원칙이 선 시장을 구현하는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며 “속도조절론이 실제로는 법안의 힘을 빼는 뜻으로 들리기도 한다”고 성토해다.

이와 관련 청와대와 당 지도부는 일자리 창출과 창조경제를 강조하며 경제민주화의 공백을 채우겠다는 전략이다.

김기현 정책위의장은 “대내외 경제 여건이 어려운 만큼, 일자리 창출에 역점을 둬야 한다”며 창조경제, 창업 활성화, 각종 기업 투자 유인 대책, 일자리 창출 위한 스팩타파 법안 등을 강조했다.

그러나 정치권 한 관계자는 “장관들조차 쉽게 표현하지 못하는 창조경제로 경제민주화 바람을 잠재우겠다는 것은 빈약한 논리”라며 청와대와 새누리당 지도부의 결자해지를 당부했다.

최정호 기자/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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