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윤정희(부산) 기자] 올해초 명의 대여자를 죽음으로 몰고갔던 아파트 담보대출 사기 일당이 경찰에 검거됐다.
부산 북부경찰서는 다른 사람의 명의로 아파트 매매계약을 체결한 뒤 이를 담보로 보험사로부터 4억2900만원을 대출받아 가로챈 혐의(사기)로 김모(52) 씨 등 2명을 구속했다고 17일 밝혔다. 또 이들에게 명의 대여자를 알선한 혐의(사기)의 이 모(53) 씨와 돈을 받고 명의를 빌려준 양 모(47ㆍ무직) 씨 등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조사에 따르면 김 씨 등은 먼저 저렴한 아파트를 알아본 뒤 ‘돈을 벌게 해주겠다’며 이 아파트를 구입할 명의자 주모(42ㆍ무직)씨와 전세 명의자 양 씨를 각각 물색했다. 김 씨 등은 지난해 8월 주씨의 명의를 빌려 경기도 파주시의 시가 2억4000만원짜리 아파트 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이를 담보로 A보험사로부터 1억8900만원을 대출받았다. 이들은 같은 아파트를 담보로 양 씨 명의로 B보험사로부터 전세 대출 1억2000만원을 받았다.
집주인에게는 주 씨가 아파트를 살테니 앞서 양 씨와 전세계약을 한 뒤 승계해달라고 양해를 구했다. 집주인은 부동산 중개업자가 하는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고 이들이 B보험사로부터 전세대출 1억2000만원을 받아 중도금으로 줘 전혀 의심을 하지 않았다.
주씨와 양씨는 대출금의 10%를 받기로 하고 명의를 빌려줬다. 김씨 등은 이렇게 대출받은 돈으로 1억2000만원을 집주인에게 추가로 지불하고 나머지 6900만원을 챙겼다. 김씨는 신용조회가 덜 까다롭고, 매매 계약서 복사본만 제출하면 대출을 해주는 보험사를 노렸다. 사기단은 주 씨의 대출금액을 높이기 위해 여성 명의 대여자를 찾아 대출 전에 혼인 신고까지 하도록 했다. 또 주씨의 신용 등급이 떨어지지 않도록 월세와 카드빚용으로 1000만원가량을 빌려주기도 했다.
이들의 범행이 꼬리가 잡힌 것은 명의를 빌려줬던 주 씨가 지난 1월16일 부산 북구 구포동 자신의 집에서 목숨을 끊었기 때문이다. 주 씨가 이들과 서류를 위조해 또다시 받은 전세 대출금 1억2000만원을 갖고 잠적하자 이들은 주 씨를 찾아가 돈을 내놓으라고 협박과 폭행을 했고, 이를 견디다 못한 주 씨가 자살을 선택하게 된 것이다. 주 씨가 죽기 직전 채권추심 협박을 당한다며 경찰에 신고한 것이 단초가 돼 그동안 수사가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