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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자금 이탈... 朴정부, 재정악화→ 경기침체→성장둔화 ‘3중 트랩’ 빠지나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은 경기활성화로 성장률을 회복해 재정건전성을 담보하면서 국민복지를 늘리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하지만 집권 1년차부터 경기침체로 성장률은 둔화되고 이에따라 재정이 악화되는 ‘3중 트랩’에 직면하게 됐다.

정부 발행 국채의 절반이상은 10년 이상의 장기물이다. 20년만기, 30년만기 국채도 발행돼 전체 평균 만기도 10년을 넘는다. 이자부담이 10년 이상 간다는 뜻이다. 현재 금리(3.19%)로 1조원짜리 10년만기 국채를 발행한다면 총 이자부담은 3190억원이 된다. 연간 80조원(올 해 기준)을 발행한다면 발행금리가 1%포인트만 높아져도 8조원의 이자부담을 더 져야 한다. 단군이래 최대사업이라는 차세대전투기구매사업(FX) 예산과 맞먹는 규모다.

금융위기전 10년 만기국채 금리는 5~6% 수준이었다. 지금보다 배 이상 높은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현재와 같은 이자부담을 우려하지 않았던 이유는 경제성장률이 높아 세수로 이자를 감당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재의 경제성장률로는 늘어나는 이자부담을 감내하기가 쉽지 않다. 한국은행의 올 경제성장률 전망은 2.8%인데, 10년만기 국고채 금리(3.19%)보다 낮다. 한 해 2.8% 수익이 나는데, 이자는 3.19%를 지급하는 셈이다.

게다가 금리상승은 성장률 자체를 갉아먹는다. 올 초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면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수반될 경우 경제성장률을 0.2%포인트 끌어올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금리가 오를 경우 성장률이 낮아질 수 있다는 뜻이 된다. 활황에 따른 금리상승과 달리 위험(risk) 프리미엄 상승에 따른 금리상승이 치명적인 이유다.

성장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경기부양을 해야하는데, 정부가 돈을 더 풀거나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리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한은은 6월 기준금리를 동결시키며 성장보다는 물가관리에 더 치중하는 모습이다. 정부가 돈을 더 풀어야 하는데 그 역시 쉽지 않다. 이미 연간 발행 국채의 20~25%가 적자국채다. 돈을 풀려면 나라빚이 고스란히 늘어나는 것을 감수해야한다.

2008년에도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대규모 추경을 편성했지만, 이후 기업들의 이익이 크게 늘어나면서 세수도 증가, 나라 빚 부담은 크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엔화약세로 자동차, 조선 등의 수출기업 이익감소가 가시화되고 있고, 최후의 보루로 여겨졌던 삼성전자마져 이익전망치가 하향되고 있다. 5년전과 달리 나라 빚을 감당할 정도의 세수확보가 어려운 셈이다.

이같은 3중 트랩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민간부분의 투자확대가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다. 대기업의 곳간에 쌓여있는 현금만 풀려도 금리상승 폭을 줄이고, 경기를 부양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 4월 15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현재 상장기업 기준으로 할 때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과 현금성 자산만 52조원 수준, 이 가운데 10%만 투자해도 정부가 추진하는 추경의 세출확대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 될 것”이라며 “아무리 추경을 해도 기업이 투자에 나서지 않는다면 경기회복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135조원에 달하는 재원이 투입될 박근혜 정부 복지정책에 대한 면밀한 재검토도 요구된다. 이자부담을 감당하려면 허리띠를 졸라매야한다는 논리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고위임원은 “그리스 사태에서도 확인됐듯이 복지정책은 한 번 실시하면 무르기가 쉽지 않아서 시행 전부터 장기적인 안목으로 재원대책을 마련해놔야 한다”면서 “경제상황이 어려운 때에 무리한 복지정책을 펼치다가는 국가재정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D자산운용사 H주식운용본부장은 “5년전 리먼브라더스 사태는 선진국에는 위기, 신흥국에는 기회였지만, 지금 미국발 출구전략 국면은 선진국에는 기회, 신흥국에는 위기”라면서 “결국 5년간 선진국들은 돈을 마구 찍어내 신흥국에서 돈을 벌어들임으로써 내부의 문제를 해결한 셈인 반면 신흥국들은 5년간 선진국들의 돈으로 잔치를 벌였다가, 끝내 쌓였던 부를 고스란히 선진국에 돌려주는 처지가 된 것이라”라고 설명했다.

홍길용 기자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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