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이승준, 변신을 거듭하는 배우(인터뷰)
"다양한 역할을 소화할 수 있는, 안주하지 않고 변신을 잘 하는 배우가 되고싶습니다."

최근 드라마 '나인: 아홉 번의 시간여행'(이하 나인)을 마친 배우 이승준의 말이다. '어떤 배우가 되고 싶으냐'는 물음에 그는 이 같이 답했다.

◆ '나인' 한영훈

이승준은 '나인'에서 한영훈을 연기했다. 신경외과 전문의, 박선우 역의 이진욱과는 죽마고우인 인물이다. 누구보다 쾌활하고 유쾌한 성격의 소유자이면서 선우와 얽힌 진실을 모두 알고 있는 캐릭터이기도 했다.

작품이 호평을 얻은 만큼 출연 배우, 이승준 역시 '발견'됐다.

''나인'을 끝 낸지 3주 정도 지난 시점입니다. 다음 작품을 위해서라도 빨리 비워야 하니까 노력해야죠"

실제로 만난 이승준은 한영훈 보다 차분했고 섬세한 분위기였다. 한영훈의 안경은 없었으나, 상대를 배려하는 따뜻함은 그대로였다.


"실제 성격은 그렇지 앉은 것 같으면서도 낯을 좀 가리는 편이에요. 한영훈과 같은 부분도 있고, 그렇지 않은 면도 있죠. '나인'에서는 그래야 하는 입장이기도 했고, 제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다기보다 되도록이면 극중 캐릭터처럼 보이고 싶어요"

한영훈을 만난 건 그에게 기회였다.

"감독님이 연락을 주셔서 오디션이라고 생각하고, 5부까지의 대본을 연습해갔죠. 대본 리딩이 끝나자마자 처음부터 저를 생각하고 있었다고 하시더라고요. 굉장히 감사했죠. 이후에 여쭤보니 드라마 '뱀파이어 검사'에 한 회 출연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인상적으로 보셨다고(웃음)"

"언젠가는 작품을 함께 하고 싶었다"는 감독의 바람대로 이승준은 '나인'의 한영훈을 꿰찼다.

이진욱의 친구로, 그의 아픔을 공유했고 누구보다 가슴 졸이는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5부까지의 대본이 정말 재미있더라고요. 그래서 걱정이 된 건 보통 드라마나 영화의 시작이 거창하게 나가면 끝엔 비교적으로 힘도 빠지고, 연결도 못 짓는 경우도 있거든요. 그런데 '나인'은 달랐어요. 어느 순간부터는 독자의 입장에서 대본을 기다리게 됐어요. 영훈 역할 역시 굉장히 마음에 들었고,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이었죠. 또 감독님의 믿음에 부응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요"

이진욱과는 '나인'을 통해서 처음 만났다. 사실 두 사람이 만나는 신이 그러 많지는 않지만 늘 전화를 했고 서로의 과거와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아는 두 사람이었기에 항상 붙어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진욱은 캐릭터에 진지하게 접근하는 친구예요. 실제로도 착하고 성실하고요. 공중전화 장면에서 그가 하는 것을 보고 '좋은 배우구나' 생각했어요"

'나인'은 유독 스태프들과 사이가 좋았고, 유기적으로 잘 돌아간 현장이었던 만큼 잔상도 오래 갔다.

"여운은 시간과 비례하는 것 같아요. 오래 머무른 만큼 빠져나오는 시간도 길고, 짧은 촬영 기간이라면 그만큼 빨리 나올 수 있죠. 영화 '최종병기 활'과 이번 '나인'의 경우엔 비교적 오래 걸린 것 같습니다"


이승준이란 이름 아래 '나인'이라는 작품이 하나 추가됐다.

"우선 다른 작품보다 반응이 빠르고 외적으로는 굉장히 기뻐요. 내적으로 역시 한 단계 성숙해진 것 같고요. 가장 중요한 건 저의 필모그래피에 좋은 작품을 하나 남겼다는 게 기쁘죠"

◇ 배우 이승준

이승준은 서울예술대학 연극과 출신으로, 연극은 물론 다수의 영화로 연기 생활을 이어왔다.

연기자로서의 삶을 살아야 겠다는 마음을 확고히 한 것은 '떨림' 때문이다.

"대학 시절, 연극 무대에 오르기 전 대기를 하고 있는데 정말 떨리는 거예요. 근데 그 떨림, 기분이 좋더라고요. '아, 내 심장을 뛰게 하는 일이구나' 싶었어요"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재미'였다. 연기는 그의 삶에 활력을 불어넣었고, 당장 경제적으로 큰 부를 가져다주지 않을지언정 '행복함'을 느끼게 해주는 유일한 일이었다.

"인생을 재미있게 살자는 생각입니다. 물론 경제적으로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연기라는 건 정말 재미있어요. 찌든 삶을 사는 것 보다 즐기면서 재미있게 살 수 있기 때문에 연기를 놓을 수가 없죠"

다양한 캐릭터로 작품 속에서 활약을 펼쳤다. 어떤 때는 쾌활한 모습으로, 또 어떤 때는 음침한 분위기의 인물로.

"운이 좋아서 그런지 재미있는 역할이 많이 들어오는 편이에요. 악역도 들어오고 게이 역할이 주어지기도 하고요. 뚜렷한 개성을 가진 배우가 있는 반면, 역할 속 캐릭터에 따라 변하는 연기자도 있죠. 두 가지 모두 장, 단점이 있는 것 같은데 제가 가야할 길은 후자라고 생각합니다"

작품 속 캐릭터 마다 얼굴이 달라지는 이승준. 어떤 옷을 입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그의 능력이야 말로 배우들이 갖고 싶어 하는 장점이 아닐까.

"사실 연기는 오래할 수록 어려운 것 같아요. 그리고 익숙해지면 끝이라고 생각해요.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고 익숙해지지 않으려고 노력하죠"


'나인'을 찍을 때도 그랬다. 극이 중반부를 넘어설 때쯤 슬럼프가 한 번 찾아왔다. 새로운 사실을 알았을 때마다 느끼는 놀람과 충격을 표현함에 있어서 고민에 빠진 것이다. 처음처럼 화들짝, 크게 놀라야 할까 아니면 또 다른 표현법을 찾아야 하는 것일까를 두고.

그럴 때 그는 산을 찾는다. 산에 올라 멍하니 생각을 비우고 내려오면 다시 작품에 몰입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현재 그는 차기작을 검토 중이다. 또 어떤 변신으로 대중들을 놀라게 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많은 역할을 했지만, 여전히 도전에는 눈이 반짝인다.

"기회가 된다면 느와르를 해보고 싶어요. 남성들의 의리와 배신, 어두운 세계를 그리는 작품에 욕심이 납니다. 로맨스도 해보고 싶고요(웃음). 다양한 역할을 소화할 수 있는, 안주하지 않고 변신을 잘 하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이승준은 이로써 작품 하나를 완성시켰고, 또 다른 이름과 색다른 옷을 찾아 나섰다.

김하진 이슈팀기자 /hajin1008@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