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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꼭꼭 숨어라 스마트폰 할부원금 보일라
[헤럴드경제= 정태일 기자]‘공공기관 실내온도 28도가 적정’, ‘인천경찰청, 올 1~4월 보이스피싱 전년대비 36.9% 감소’

별로 연관 없어 보이는 두 뉴스 제목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정답은 28도와 36.9%라는 숫자에 있다. 이는 스마트폰 할부원금 28만원과 36만9000원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14일 통신 업계에 따르면 마치 첩보 영화에서 자기들끼리 암호화 한 정보를 주고 받 듯 할부원금을 감추는 신종 수법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스마트폰 출고가에서 보조금을 뺀 금액이 할부원금인데 이 할부원금이 공개되면 보조금을 얼마나 많이 썼는지 쉽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불법 보조금을 감시하는 방송통신위원회와 포상금을 노리는 폰파라치들을 피하기 위해 할부원금을 뉴스 제목으로 위장까지 하는 것이다.

이 같은 방법은 단기간에 다른 스마트폰으로 갈아타려는 이른바 버스폰족을 겨냥한 인터넷 판매 사이트에서 주로 나타나고 있다. 흔히 ‘스팟 보조금’으로 통하는 치고 빠지는 스타일로 판매자들은 법정 상한 27만원을 초과하는 고액의 보조금을 제공해 번호이동 실적을 올리고 있다.

실제 한 버스폰 카페에 올라온 ‘베가 아이언 직장인 특판’ 게시물을 보면 약정기간 24개월(의무사용기간 185일), 완전 무한 67요금제, 가입비 분납, 유심비 후납 등 여느 온라인 스마트폰 판매 사이트에 올라온 기본정보와 크게 다른 점이 없다.

하지만 할부원금에 대해서는 댓글 문의라고만 적혀 있다. 댓글에 적힌 링크를 클릭하면 생뚱맞게 ‘공공기관 실내온도 28도가 적정’이라는 뉴스 기사가 뜬다. 베가 아이언 할부원금이 28만원이라는 얘기다. 베가 아이언 출고가가 82만원으로 54만원이 보조금으로 지급되는 셈이다. 이는 법정 상한 보조금보다 딱 2배 많은 금액이다. 

스마트폰 판매 카페 댓글을 클릭하자 남성 아바타 동영상이 나왔다. 이 아바타가 판매자 대신 스마트폰 할부원금을 말해준다.

또 다른 버스폰 카페에 올라 온 아이폰5(16GB) 판매 정보에서도 할부원금만 댓글 문의라고 되어 있다. 댓글의 링크를 클릭하면 역시 ‘인천경찰청, 올 1~4월 보이스피싱 전년대비 36.9% 감소’라는 기사가 뜬다. 출고가 81만원 아이폰5에 보조금 44만원을 제공할테니 할부원금으로 36만9000원만 내면 된다는 의미다.

이와 함께 갤럭시 S4의 경우 댓을 클릭하면 뉴스가 아닌 동영상이 나온다. 동영상을 재생하면 한 남성 아바타가 “공구가격 50만9000원입니다, 감사합니다”라고 말한다. 이 역시 갤럭시 S4의 할부원금으로 40만원 가량을 보조금으로 지급하겠다는 뜻이다.

소비자들이 할부원금을 묻는 질문에 판매자들은 직접 알려주는 대신 댓글을 클릭하면 알 수 있다는 식으로만 답변하고 있다. 혹시 모를 단속이나 체증에서 꼬리를 밟히지 않기 위한 연막 전략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폰파라치 평균 보상금이 70만원을 훌쩍 넘을 정도로 신고자들이 적극적이어서 이를 경계하는 판매자들이 증거를 남기지 않기 위한 신종 수법을 동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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