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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칙과 신뢰” vs “생떼 자존심”... 험난한 한반도 프로세스
〔헤럴드경제=한석희ㆍ신대원ㆍ원호연 기자〕대화단절 6년의 세월은 길었다. 그리고 ‘새로운 남북관계’는 시작도 해보기전에 난관에 봉착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대리 만남은 6년의 시간차를 극복하지 못하고 끝내 좌초됐다.

지난 11일 밤 ‘남북당국회담’을 막판에 무산시킨 ‘격’(格) 문제는 험난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예고하는 서막이다.북한이 회담 하루 전날 판을 깨면서 “남북당국회담에 대한 우롱이고 실무접촉에 대한 왜곡으로서 엄중한 도발로 간주한다”며 흥분한 것도 한반도의 힘든 앞날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이는 단순히 수석대표를 누구로 할 것이냐의 감정싸움으로 치부할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여기엔 남북이 서로를 바라보는 복잡한 방정식이 숨겨 있다. 특히 ‘원칙과 신뢰’를 전면에 내세운 박 대통령, 31살 젊은 지도자의 ‘생때 자존심’간 물러설 수 없는 없는 정치공학의 정면 충돌이기도 하다.

정부는 ‘생떼→도발→협상→지원→도발’로 이어지는 과거 15년간의 ‘악순환’을 이번에는 반드시 끝내겠다는데 제1 목표점을 두고 있다. 그러기 위해선 청와대 관계자의 말처럼 ”모든 것에 적용되는 상식, 그리고 글로벌 스텐더드“가 남북관계에서라고 예외일 수 없다. 남북관계 역시 ’상호주의 원칙‘이 지배하고, 거기서 상호 존중과 신뢰의 싹을 틔어야 한반도의 평화도 보장되고, 앞날을 기약할 수 있다는 정부의 확고한 입장이다.

정부가 일방적인 북한의 회담 무산 통보 직후 “북한의 이런 입장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남북문제를 책임지고 협의ㆍ해결할 수 있는 우리측 당국자인 차관의 격을 문제 삼아 예정된 남북 당국간 대화까지 거부하는건 전혀 사리에 맞지 않는다”고 논평을 낸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북한으로선 ‘원칙과 신뢰’라는 상식 논리로 미국과 중국을 설득, 대북압박 공조를 넓히고 있는 박근혜정부를 내내 못마땅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박 대통령 취임 이후 정전협정 파기, 중거리 미사일 발사위협, 개성공단 전면패쇄 등 극단적인 도발을 하고 있는 것도 남측을 길들이기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대화제의 역시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신(新)대국 협력관계에서 운신의 폭을 찾으려는 ‘술수’가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제3차 핵실험 이후 중국과는 혈맹에서 ‘일반국가’로 관계가 냉랭해졌다. 자존심이 상하지만, 어떻게든 ”할 만큼 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중국에 보내야할 필요성이 다급해졌다. 지난 6일 회담제의에서부터 회담 무산까지 일련의 과정 속엔 ‘대화 제스처’로 시간을 버는 한편, ‘6자회담’과 ‘북미대화’로 건너뛰고 싶어하는 북한의 계산법이 깔려 있다는 애기다.

결국 남북은 대화 테이블에 제대로 앉아 보지도 못하고 서로를 걷어찬 꼴이 됐다. 게다가 남북 모두 서로의 원칙과 자존심에 도전을 받은 만큼 감정의 골도 깊어졌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도 이와관련 “일단 남북 양측 모두 상대방에 대한 비난의 수위를 높이며 긴장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며 “냉각기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북한이 “대표단 파견을 보류한다”는 발언에 주목, 대화의 불씨가 꺼진 것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도 “당국간 회담의 여지는 남아 있다”며 ‘남북 양쪽 모두 좀더 유연성을 갖고 남북관계에 접근하고 한반도 상황을 관리할 능력을 통크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hanimom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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