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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 손미정> ‘한국형 실리콘밸리’ 용두사미 안되려면
새로운 창조경제 패러다임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안고 ‘K밸리포럼’이 지난 11일 공식 출범했다. K밸리는 경기도 판교ㆍ성남ㆍ죽전ㆍ광교 일대 테크노밸리를 잇는 지역. 기업과 대학, 연구원 간의 네트워크를 강화해 한국판 실리콘밸리를 만들겠다는 K밸리포럼의 목표다.

이날 오후 분당 한국디자인진흥원에서 열린 K밸리포럼 출범식은 각계 인사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좌석이 모자라 식장 가장자리에 의자를 더 놓아야 할 정도. 업계의 기대가 그만큼 크다는 증거다.

K밸리포럼의 대표인 전하진 새누리당 의원(성남 분당을)은 개회사에서 “관련 기업 등이 한자리에 모여서 어떻게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지 고민해보자는 취지에서 K밸리를 출범하게 됐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이날 출범식은 한국형 실리콘밸리의 성공을 위한 ‘결의의 장’이기보다는 마치 정ㆍ관계 인사들의 ‘축하연’을 보는 듯했다. 참석한 정ㆍ관계 인사들은 모두 한 번씩 단상에 올라 “K밸리 출범을 축하한다”며 벅찬 심정을 나눴다. 예정에 없던 정계 인사까지도 짧게나마 축하의 말을 전했다. 오후 2시께 시작된 축하 릴레이는 한 시간 후에야 마무리됐다. 업계에서는 이홍구 한글과컴퓨터 대표가 축사를, 마지막에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대표가 건배사를 한 것이 전부다.

물론 K밸리 출범의 일등공신은 지역 국회의원들이다. K밸리에는 이들의 고민과 땀이 배어 있다. 향후 공감대를 확산하고 과감한 예산 지원을 받기 위해 가장 발벗고 뛰어야 하는 것도 이들이다. 때문에 이날 축하인사 릴레이는 이해가 된다.

그러나 K밸리 성공을 위해 주체 간에 분명한 목표와 비전을 공유하고 논의하는 자리가 없었던 점은 아쉽다. 인재와 투자, 창업문화와 시스템화된 창업 환경 등 한국판 실리콘밸리를 위해 해결해 나가야 할 숙제는 수없이 많다. 이날 자리는 왠지 험난한 산을 애써 외면한 채 성급히 샴페인을 먼저 터뜨린 듯한 느낌이다.

업계의 소감도 다르지 않다. 한 벤처기업 대표는 “가장 중요한 인재 유입에 대한 이야기는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다. 벤처업계가 처한 문제점에 대한 고민 없이는 용두사미에 그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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