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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크엔드>‘서울의 정치- 세종시 행정’간 대혼란
[헤럴드경제=하남현 기자] “대정부질문하는 날 서울에 올라가 있어야 하나? 새벽에 서울 갈 방법이 있나?”

“일단 국장님하고 몇명은 혹시 모르니 전날에 미리 올라가있어야 되지 않을까요?”

국회 대정부 질문을 며칠 앞둔 한 정부부처 직원간 대화다. 정부세종청사에 주요 정부부처가 자리잡은지 6개월이 됐지만 세종청사 이전 공무원들의 ‘직장터’는 여전히 서울과 세종으로 나눠져있다. 120㎞ 가량이나 떨어진 두 곳을 하루가 멀다하고 오간다. 비효율의 크기는 서울~세종 간 거리보다도 더 커보인다.

지난해 12월 국무총리실을 시작으로 주요 부처들이 세종시로 이전한지 6개월이 됐지만 행정 효율은 아직도 자리잡지 못했다. 예견된 일이었지만 막상 닥치니 체감은 상상 이상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정부청사가) 세종시로 옮겨 갈 때는 과학기술, ICT(정보통신기술)의 뒷받침을 받는다는 것이 전제로 깔려 있었다”고 말했지만 최첨단 기술 효과는 전혀 스며들지 못한 듯 하다. 정부가 대안으로 내놓은 화상회의도 아직은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 ‘행정수도’ 세종시는 아직도 방황중이다.

▶ 서울~세종 ‘셔틀’하는 공무원= 세종시로 이전한 정부부처의 한 고위 공무원 A씨는 세종청사 주변에 아직도 거처를 마련하지 않았다. 서울에서 일하는 경우가 태반이기 때문이다. 세종청사로 출근할 경우 통근버스나 KTX를 이용하고 저녁에 세종청사 근처에 약속이 있거나 야근을 할때면 인근 대전이나 조치원에 집을 얻은 친한 공무원에게 신세를 진다. 그도 아니면 대전 통계청 숙소 등을 이용한다.

자연히 육체적 피로도가 쌓일 수 밖에 없다. 피로는 업무 비효율로 직결된다. 거리에 쏟아붓는 시간이 많다보니 일할 시간 자체도 부족하다. A씨는 “과천 청사에서 근무 할 때에 비해 사무실에서 일하는 시간이 1/5 정도 밖에 안되는 것 같다”며 “업무량이 줄어든 것은 아니니 KTX나 버스에서 업무 처리를 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그래서 세종청사 공무원들은 스스로 “‘노마드(유목민)’가 다됐다”고 자조한다.

세종시에 숙소를 마련했다고 해도 세종청사에만 자리잡고 있기에는 현재로서는 어렵다. 특히 각 부처 국ㆍ과장급 이상에게는 불가능한 일이다. “일주일에 2번 세종시에 잤다”고 하면 세종시에 많이 머물렀다는 얘기가 나오는 지경이다.

대통령이나 국무총리, 부총리 등이 주재하는 각종 회의의 대부분이 서울에서 열린다. 이러니 관계 공무원들은 서울로 향할 수밖에 없다. 국회 회기 기간이면 조금 과장해서 세종시 사무실이 텅텅 비어 버리고 만다. 각 부서의 수장들부터 세종시 한번 들르기 쉽지 않다. ‘국무총리 취임 이후 공식일정’ 자료에 따르면 정홍원 국무총리가 지난 5월말까지 소화한 총 158회의 공식일정 중 22회(14%)만이 세종시 일정이었다. 136회(86%)는 서울 등 수도권에서 이뤄졌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한 세종시 이전부처 장ㆍ차관들 역시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공식 일정의 10%가량 만을 세종시에서 소화한다. 세종시 첫마을에 마련된 관사는 텅텅 비어있기 일쑤다.

이같은 비효율은 공무원들 스스로 가장 잘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상일 새누리당 의원이 최근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에서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세종청사 이주공무원 124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0.2%는 “세종시 이전 이후 행정의 비효율이 증가했다”고 답변했다.

▶아직은 어색한 화상회의 = 일부 부처의 세종청사 이전에 따른 시ㆍ공간 제약 해소를 위해 정부가 대안으로 내놓은 방안은 화상회의 활성화다. 지난 5월27일에는 경제장관회의가 처음으로 화상회의를 통해 열리는 등 화상회의는 차츰 활성화되고 있는 추세이긴 하다.

주요 부처가 세종시로 자리를 옮겼음에도 각종 회의가 서울에 있어 장관뿐 아니라 주요 공무원들이 서울과 세종시를 오고가야 하는 불편을 생각하면 영상회의 활용은 불가피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러나 대면회의와의 질적 차이를 좁히는 방안까지는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이는 최근 미국 굴지의 IT기업인 야후가 재택근무를 폐지한 이유와 맞닿아 있다. 야후는 “소통과 협업의 출발점인 복도나 식당에서의 즉흥적 만남과 토론이 불가능한 이 상황은 결코 회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폐지 이유를 들었다. 화상회의에서도 즉흥 만남은 불가능하다.

실제로 그간 화상회의 참석자들은 아직 익숙하지 않은듯 불편한 모습을 드러냈다. 한 공간에 모여 지근거리에서 얼굴을 맞대고 회의를 하다가 영상을 통해 발언자의 의견을 듣게 되니 집중도도 떨어지는 듯했다. 이런 문제점 때문에 상당수 정부 부처 관계자들은 “영상회의는 간단한 보고와 같은 보조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대신 서울에서의 회의를 줄이는 국회도 ‘여의도 호출’을 가급적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회 상임위원회의 세종시 개최 상례화 필요성도 제기된다.

airins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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