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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크엔드> 세종에 살으리랏다 그러나~
[세종=조동석 기자]수도권에서 통근버스를 타고 온 사람, KTX 오송역에 내려 BRT(간선급행버스)로 갈아타고 온 사람, 세종시 첫 아파트 단지인 첫마을에서 온 사람, 대전 유성ㆍ세종시 조치원읍ㆍ행정중심복합도시 지역 내 대평리에서 온 사람. 정부세종청사에 모이는 ‘세종맨’들이다. 공사 자재를 실은 덩치 큰 트럭과 공사장에서 나오는 ‘안전제일’ 노래가 이들을 맞이한다. ‘거대한 공사장’ 세종시의 아침 풍경이다.

지난해 12월19일 대선을 앞두고 세종시에 본격적으로 둥지를 틀기 시작한 서울과 과천 등지의 공무원. 6개월여의 시간이 흐른 6월, 세종시 칼바람이 무더운 바람으로 바뀌었을 뿐 이전(移轉)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쇼핑하러 대전으로 나가야 하고, 영화 한편 볼라치면 같은 세종시라도 아직 생활권이 다른 조치원에 가야 하는 불편함 대신 세종맨들은 금요일 저녁 서울행(行)을 택한다.

서울 오갈 일이 많을 것 같아 KTX 타기 편한 오송역 인근에 원룸을 얻었다는 한 공무원은 “1주일에 한두번 원룸에 머물 뿐”이라고 했다. 일과 중 서울로 올라가면 서울 집에서 잔 뒤 다음날 세종청사로 직행하고, 다음날 서울에 볼일이 있다면 전날 저녁 상경한다.

정치와 행정의 중심 서울을 수없이 오가야 하는 현실에서 세종시의 존재감은 미미하다. 공무원들은 “지쳤다. 한계에 다다랐다”고 토로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4년 4월 수도 이전을 위해 신행정수도특별법을 제정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의 벽에 막히자(〃 10월) 행복중심복합도시(2005년 3월)를 꺼내든다.

이어 당선된 이명박 전 대통령은 세종시를 행정중심복합도시에서 교육ㆍ과학 중심의 경제도시로 만들겠다는 세종시 수정안(2010년 1월)을 발표한다. 그러나 여당 속 야당인 친박계(친 박근혜계)의 반대로 같은해 6월 세종시 수정안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당시 여권 핵심부가 세종시 수정안을 국민투표에 부치는 방안을 심각하게 고민했다”면서 “그러나 부결에 따른 조기 레임덕을 우려한 나머지 실행에 옮길 수 없었다”고 회상했다.

세종시는 이처럼 탄생하기까지 숱한 우여곡절을 겪었다. 자연스레 도시 건설이 지연될 수밖에 없었다. 국무조정실 세종시지원단 관계자는 “지난 정부 때 불붙은 수정안 논란으로 4년 가까이 건설이 중단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불편을 감수하면서 세종에 산다 치더라도 ‘국가균형발전을 통한 국민통합 기여’라는 세종시의 건설 목표는 아직 손에 잡히지 않는다.

굽이치는 청사는 민원인들을 헤매게 한다. 안내판이 보이지 않아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방향감각을 잃고 출입구도 찾지 못한다. 정부조직 개편에 따라 농림축산식품부로 바뀌었는데도 안내판은 아직 옛 이름(농림수산식품부)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청사 주변 밥 먹을 곳이 마땅치 않아 길게 줄서서 기다릴 수밖에 없는 구내식당. 이 밥이 지겨워 청사에서 가장 가까운 첫마을 식당으로 가다보면 도로를 점령한 불법 주차와 공사 차량이 어지럽게 섞여 있는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 곳이 도시인지 눈을 의심하게 할 정도다. ‘명품도시를 만들겠다’면서 내세운 ‘5無(전봇대ㆍ쓰레기통ㆍ담장ㆍ광고입간판ㆍ노상주차가 없음) 도시’의 청사진은 미래의 모습일 뿐이다.

세종시의 현재 모습은 암울하다. 정주 여건이 미흡해 도시 같지 않다는 질책은 더 이상 어색하지 않다. 1단계 이주 공무원(4973명) 중 2136명(43%)이 수도권에서 출퇴근하는 것을 보더라도 그렇다.

하지만 어두운 것만은 아니다. 세종시 일대에 조성되고 있는 첨단지식기반시설과 의료ㆍ복지시설, 대학ㆍ연구기관이 행정과 만나 시너지를 낸다면 명품 세종시의 위용을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주민들은 자족기능의 확충이 절대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땅 파는 데만 급급하지 말라는 주문이다.

세종시가 행복도시가 될 수 있을까. 국내 최대 세종호수공원, 이달 말 개관할 국립세종도서관, 커다란 공원 3개로 채워질 도시 중심부, 20분이면 세종시 어디에나 닿을 수 있는 ‘지상의 지하철’ BRT, 대전 유성~세종~오송역을 잇는 도로 중앙에 세계 최초로 태양광발전을 설치한 자전거도로, 2030년 학급당 20명인 초ㆍ중ㆍ고, 2016년 들어설 디지털유산박물관. 2013년 6월 세종시의 밤은 적막하다. 하지만 그리 오래 가지 않을 것이다.

dsch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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