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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판사, 김경준에 “2억원 청구하라”… 재판 떠넘기기 논란
김경준(47) 전 BBK투자자문 대표의 국가 상대 손해배상 재판을 맡고 있는 판사가 김 전 대표에게 청구금액을 올릴 것을 요구해 논란이 예상된다.

지난 5일 서울중앙지법 민사29단독 A 판사는 이 소송의 변론기일에서 2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김 전 대표에게 “왜 2000만원만 청구했나. 한 2억원 청구하지”라고 말했다. 김 전 대표가 서울남부교도소의 접견 제한, 서신 검열 등으로 사생활 침해를 당했음을 호소하자 나온 발언이었다. 김 전 대표는 판사의 말에 “그러면 2억원으로 하겠습니다”고 답했고 판사는 “고맙다”고까지 했다.

A 판사가 김 전 대표에게 청구금액을 올릴 것을 요구한 이유는 까다로운 사건을 맡지 않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청구금액이 1억원 이상인 사건은 법관 3명이 심리하는 합의부로 넘어가기 때문이다.

A 판사는 이날 재판에서 50여장에 달하는 준비서면을 수기로 작성해 제출한 김 전 대표에게 “내가 가지고 있는 사건만 600건인데, 개발새발로 50장씩 써내면 어떻게 하라는 말이냐”며 귀찮아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 전 대표에게 면회를 갔다가 접견 내용이 녹음돼 함께 손해배상을 청구한 이병원 BBK북스 대표에게는 “당신을 별로 손해본 것도 없는 것 같은데 취하하라”고 주문했다. 재판 말미에는 “1억원 이상은 우리가 안 하고 합의부에서 하니까 받고 싶은 액수를 생각해 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러한 재판 진행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부적절한 행동이었음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판사는 “판사의 그 한 마디로 소송 상대방인 피고 측으로서는 더 많은 금액을 물어줘야 할 수도 있고 재판 지연의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그 자리에서 반발할 만한 행동이다”고 지적했다.

다른 판사는 “과거사 사건 같이 판례가 많아 인정되는 액수가 어느 정도 일정한 경우는 그 정도 수준에서 권유할 수는 있다”면서도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소송지휘권을 과도하게 남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 변호사 역시 “사람이 사망해도 정신적 위자료로 인정되는 금액이 몇천만원 수준”이라며 “어떤 근거로 2억원이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사생활 침해로 그 정도를 권유한다는 것은 매우 경솔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실제 무단방북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옥살이를 하다 교도소 측의 실시간 감시를 당했던 한상렬 목사는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사생활 침해에 대한 위자료로 200만원을 선고받았다. 국군 기무사령부의 민간인 사찰로 피해를 봤던 민주노동당 당직자 등은 1인당 최대 1500만원을 배상받았을 뿐이다.

앞서 지난 3월 김 전 대표는 이 대표와 함께 ‘서울남부교도소의 접견 제한으로 사생활을 침해당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법 관계자는 “이 대표에게 소송을 취하하라한 것은 이 대표가 소장에 이름만 올렸을 뿐 아무런 자료도 제출하지 않아 ‘이대로라면 청구한 것이 인정받지 못할 수 있다’는 취지로 한 말이었다”고 해명했다. 또 김 전 대표에게 청구액을 올리라 한 것에 대해서는 “교도소 측의 접견신청반려처분에 관한 김 전 대표의 행정소송이 서울고법에서 진행중이고, 김 전 대표가 BBK 사건 관련자이기 때문에 갖는 사건의 무게 때문에 합의부에서 심리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판단이 있었다”고 밝혔다.

김성훈 기자/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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