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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 윤재섭> 금연도 좋지만 애연가 흡연권도 인정해야
흡연이 범법이 아닌 이상 흡연자를 죄인으로 몰아서는 안 된다. 비흡연자의 건강을 해치지 않는다는 조건에서라면 애연가의 흡연권은 인정하는 것이 옳다.




“아직도 담배를 피우십니까?” 10년 넘게 알고 지내왔던 한 지인은 얼마 전 식사 자리에서 담뱃불을 붙이는 내게 혀를 차며 야유하듯 말했다. 지인은 지난해 담배를 끊었다고 했다. 건강에는 이상이 없었지만 흡연자에 대한 사회적 천대와 질시를 버티기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했다. 금연 캠페인이 확실히 효과를 내고 있다는 증거로 보일 수도 있지만 흡연자인 입장에선 씁쓸하지 않을 수 없다.

금연운동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ㆍ강화되면서 애연가들이 설 자리를 잃고 있다. 금연빌딩이다, 금연구역이다 지정하더니 이제는 아예 흡연구역조차 없애는 추세다. 대중의 왕래가 잦은 공공장소나 대로변은 물론이고, 건물 밖 50m 이내 구역조차도 금연구역으로 지정되는 상황이다. 뿐만 아니다. 다음달부터는 150㎡ 공간 이상 식당·술집·카페에서는 담배를 피울 수 없고, 이를 어기면 10만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이러다간 자기 안방에서나 담배를 피울 수 있는 날도 머지않은 듯싶다.

사실 흡연행위는 건강에 이롭지 못하다는 이유로 여러 시대를 거쳐 탄압돼 왔다. 영국의 제임스 1세는 세계 최초로 금연구역을 만드는 법을 제정해 아무 곳에서나 담배를 피우면 가혹하게 처벌했다. 조선시대 광해군은 어전회의 때 신하들이 피워대는 담배연기를 몹시 싫어해 ‘내 앞에서 담배를 피우면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했다는 말도 있다. 17세기 독일에서도 공공장소에서 흡연을 하면 법정에 서고 사형을 당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흡연자에게 있어 단연 악명 높은 자는 오스만제국의 무라드 4세다. 그는 카페의 일종인 ‘차이하네’에서 사람들이 담배를 피우면서 술탄을 비난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에 흡연자 3만명을 죽였다고 한다.

박근혜정부도 출범 초기부터 흡연자를 압박하고 있다. 담뱃세를 올려 흡연자에게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을 물리겠다는 방안을 내놨고, 올 하반기 입법을 통해 구체화할 태세다. 정부 코드가 읽히자, 이번엔 군(軍)도 나섰다. 공군은 최근 흡연자를 조종사 선발에서 배제키로 했다고 알렸다. 다음달부터 조종사 선발 신체검사 결과, 니코틴이 검출된 인원은 조종사가 되기 위한 필수과정인 비행훈련을 받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성인 남녀 열 중 셋 정도가 담배를 피운다는 추계가 있는데, 이처럼 직업선택의 자유권까지 침해해도 될지 모를 일이다. 회사 건물 옥상에서 담배를 피우다 적발돼 퇴사 조치 당한 아시아나항공의 한 직원은 같은 이유로 반발하기도 했다. 애연가들은 금연구역을 지정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있지만 정부나 기업, 군 등이 흡연구역마저도 없애는 것은 헌법에서 보장한 일반적 행동 자유권을 속박하는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일리 있는 비판이다. 과유불급이란 말이 있다. 아무리 좋은 일도 도가 지나치면 해롭다는 얘기다. 담배를 끊는 것이 건강에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현대인은 건강에 나쁠 수 있는 일들을 수도 없이 하게 된다. 흡연은 그것 중 하나일 뿐이다. 흡연이 범법이 아닌 이상 흡연자를 죄인으로 몰아서는 안 된다. 비흡연자의 건강을 해치지 않는다는 조건에서라면 애연가의 흡연권은 인정하는 것이 옳다. 

i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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