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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북당국회담 12~13일, 치열한 신경전 예고
[헤럴드경제=한석희ㆍ신대원 기자]6년여만에 재개되는 사실상 장관급회담 준비를 위해, 2년 4개월만에 마주 앉은 남북. 실무진들의 얼굴은 익숙했지만, 오랜 동안의 단절 때문인지 회담은 순탄치 않았다. 하지만 판을 깨지 않으려고, 양측은 살얼음판을 걷듯 조심스러웠다.

남북 양측은 10일 새벽까지 18시간에 걸친 마라톤 협상 끝에 오는 12~13일 서울에서 ‘남북당국회담’을 갖기로 합의했다. 대표단은 각각 5명으로 구성하며, 북측 대표단은 경의선 육로를 통해 서울을 방문하기로 했다.

하지만 양측은 밀고 당기는 8차례에 걸친 실무회담에도 불구하고 공동합의문을 내지 못하고, 각각 다른 내용의 발표문을 공개했다. 장관급이든, 당국회담이든 6ㆍ15 공동선언 등 의제와 대표단 구성을 놓고 이견을 보여 향후 치열한 신경전을 예고했다. 남북은 판문점 연락관을 통해 추가적인 실무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

남한은 이날 발표문에서 “회담에서 개성공단 정상화 문제, 금강산 관광 재개문제, 이산가족 상봉을 비롯한 인도주의 문제 등 당면하게 긴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를 협의하기로 했다”며 개성공단 문제 등을 의제로 다룰 것임을 명확히 했다. 반면 북한은 남한이 제기한 의제 외에도 “6ㆍ15 및 7ㆍ4 발표일 공동기념문제, 민간내왕과 접촉, 협력사업 추진 문제 등 북남관계에서 당면하고도 긴급한 문제들을 협의하기로 했다”고 명시해 의제에 있어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북한은 모처럼 조성된 대화국면을 통해 이명박 정부가 천안함 사태 이후 취한 5·24 조치 해제와 밀접하게 연관될 수밖에 없는 민간왕래와 접촉 확대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남한은 ‘6ㆍ15 및 7ㆍ4 기념행사'가 자칫 정치문제로 비화할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접근한다는 방침을 내부적으로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첫술에 배부를 수 없는 만큼 일단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등 시급한 경제협력과 인도주의적인 문제부터 접근한다는 입장이다.

정부 당국자는 이에 대해 “북측의 주장처럼 의제를 일일이 열거해 제한하기보다는 포괄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봤다”며 “남북 양측이 의제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해 협의 결과를 발표문 형식으로 각기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당국회담에서 비핵화문제가 초미의 화두로 불거지면 남북은 접점을 찾을 수 없는 상황에 매몰될 우려도 높다는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때문에 통일부도 비핵화 문제에 대해서는 원론적 입장에서 접근하면서, 대화의 기회를 넓혀나갈 것으로 보인다. 한 대북 전문가는 “신뢰를 바탕으로 대화가 입구라면, 비핵화는 출구에 해당되며 이게 곧 박근혜정부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라고 조언했다.

이와함께 대표단 구성을 놓고도 치열한 샅바싸움을 벌였다. 남한은 이번 회담의 북한측 수석대표로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이 나서기를 강력히 요구했으나, 북한이 끝내 수용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남한은 “남측 수석대표로는 남북문제를 책임지고 협의ㆍ해결할 수 있는 당국자로 하기로 했다”고 발표했으나, 북한은 “북측 단장은 상급 당국자로 하기로 했다”며 상대적으로 모호한 표현을 사용했다.

한편,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들은 이날 남북 당국간 실무접촉 결과를 잇달아 신속히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북한 매체들이 회담 결과를 신속히 보도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하지만 북한 매체들은 회담 의제 및 대표단 구성과 관련해 남북 간 이견이 있어 서로 다른 내용의 발표문을 채택했다는 사실은 밝히지 않은 채 ‘실무접촉 발표문’이라며 북측 발표문만 보도했다./hanimom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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