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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기애애했지만 손쉬운 양보는 없었다... 10분 20분씩 만났다가 정회 8차례 반복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2년 4개월 만에 열린 남북 실무접촉 회담의 시작은 화기애애했다. 그러나 합의 도출 과정은 길고 치열했다.

이번 당국 간 실무 접촉은 2011년 2월 천안함ㆍ연평도 사건을 협의하기 위한 제39차 남북군사실무회담 이후 2년4개월여 만에 열렸다. 그만큼 기대도 컸고 대화가 원활히 이어질지 우려되기도 했다.

북측 수석대표인 김성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장이 다른 북측 대표단과 함께 판문점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오전 9시43분께. 청록색 투피스 정장 차림에 흰색 가방을 든 김 부장은 우리 측 구본석 판문점 연락관과 악수를 한 뒤 군사분계선을 건넜다. 이들은 회의 장소인 판문점 우리측 ‘평화의 집’으로 들어섰고, 9시부터 미리 현관에서 기다리던 천해성 통일부 통일정책실장을 비롯한 우리 측 대표단이 이들을 맞았다.

북측 대표단은 김일성ㆍ김정일 부자의 사진이 나란히 실린 배지를 왼쪽 가슴에 달았다. 최근 급속히 보급되고 있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배지를 착용한 인원은 없었다. 반면 우리 대표단은 태극기 배지를 부착해 대조를 이뤘다. 천 실장은 회의장 입장 후 사진 촬영을 위해 악수를 다시 할 것을 제안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양측은 날씨를 소재로 대화를 시작했다. 천 실장이 “더운 날씨에 오느라 고생이 많았다”고 하자 김 부장은 “몇 년 만에 진행하는 회의로, 더운 날씨든 추운 날씨든 날씨에 크게 개의치 않는다”며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실무접촉 회의는 통신장비 설치 문제로 예정보다 15분 늦은 오전 10시15분 쯤 시작됐다. 천 실장은 “실무 접촉이니까 바로 현안 협의에 들어가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제안해 바로 협의에 들어갔다.

회담이 시작되자 분위기는 금세 진지하고 치열해졌다. 오전 회담에선 양측이 12일 예정된 당국간 회담의 의제와 장소, 대표단 구성과 규모를 두고 각자의 입장을 전달하는데 치중했다. 우리 측은 류길재 통일부 장관의 맞상대로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을 보낼 것을 요구했지만 북측은 난색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측이 6ㆍ15 공동선언과 7ㆍ4남북공동성명의 공동기념행사를 고집한 데 대해 우리 측은 “민관 공동 형식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내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오후부터 양측 수석대표가 담판을 시도했다. 양측은 오후 2시부터 3시까지 1시간 동안 오전 회담에서 나온 입장 차에 대해 논의했다. 이후 각기 본국의 훈령을 받고 오후 5시에 다시 만났지만 불과 20분만에 회담을 끝냈다. 이어 30분이 지난 오후 5시 50분에 수석대표회의를 재개했지만 또다시 25분만에 마쳤다. 10~20분씩 만났다가 정회하는 패턴이 10일 새벽까지 이어졌다.

결국 양측은 8차례의 수석대표회담에도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전체회의 후 각자 발표문을 내는 형식으로 실무접촉회담을 마쳤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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