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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투데이>김성혜의 등장...변화의 암시인가 or 미인계
2년 여만에 열린 남북실무회담에 나타난 한 40대 여성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사진기자들의 카메라는 밤 늦게까지 계속된 회담 내내 파란 색 정장에 굽 있는 구두를 신은 이 여성을 주목했다.

아직 가부장적인 분위기가 여전해서, 고위층에서는 여성이란 존재 자체가 낯선 북한에서 남측과 대화하는 실무접촉 대표로 나선 김성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장이 그 주인공이다.

북한의 수석대표로 나선 김성혜의 이날 옷차림, 그리고 자신감 넘치는 세련된 외모는 마치 김정은의 부인 이설주를 연상케한다. 크지 않은 키에 약간 통통한 외모지만, 비교적 잘 관리를 받아온 듯한 얼굴과 세련된 옷차림 등은 ‘굳은 표정의 초로(初老)’가대부분이었던 북한 관료의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실제 김성혜는 전혀 예상밖의 인물이다. 통일부가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는 북한인사 명단에도 없다. 그러나 2005년 서울과 평양에서 열린 제15∼16차 남북 장관급 회담에 수행원으로 참가했고, 다음해 6ㆍ15 남북 당국 공동행사의 보장성원(안내요원)으로, 또 2007년에는 제2차 남북 정상회담에서 우리측 특별수행원들의 안내를 책임졌다. 우리에게는 나름 안면이 있는 인물로 북한에서는 몇 안되는 대남 접촉 경험이 많은 여성 관료라는 분석이다.

이날 김성혜의 등장 소식을 접한 통일부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에 여성 대통령이 취임한 것을 염두에 둔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포석 같다”고 풀이하기도 했다. 그간 김정은과 북한 권력층에 대해 우리 여론이 매우 악화된 점을 고려, 세련된 외모의 여성을 앞세움으로써 이를 조금이라도 누그러뜨리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해석이다.

밤 늦게까지 계속된 회담에도 결국 핵심인 의제와 방문 대표단의 격에 합의하지 못했지만, 우리 정부와 전문가들이 비교적 후한 점수를 매기고 있는 점도 일종의 김성혜 효과가 한 몫 했다는 것이다.

김성혜는 김일성대 출신의 엘리트 관료로 알려졌다. 과거 그를 북한 또는 각종 행사장에서 만나본 남측 인사들은 공통적으로 “매우 똑똑하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전했다. 김정은 체제 출범 후 북한은 리설주를 등장시켜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김성혜의 등장은 그 정도 파장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동안 경색 국면을 자초해온 북한이 앞으로 대화 과정에서도 파격적인 행보를 취할 것이란 기대를 갖게 한다. 만약 손자병법의 31번째인 미인계(美人計)가 아니라면.

최정호 기자/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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