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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C 종말론의 역설…모바일서 答찾다
타이베이 ‘컴퓨텍스2013’휩쓴 PC 위기론
올 1분기 PC 출하량 19년만에 최저치
PC맹주 인텔도 자존심 꺾고 라인 전환
울트라북이어 태블릿PC ‘투인원’ 첫선

중화권 PC업체 에이수스 패드폰 등
모바일 기기 관련 제품 잇따라 출시
일부선 “콘텐츠낡아 모방 불과”지적도



[타이베이=정태일 기자] “PC는 죽은 걸까요? 여전히 살아서 잘하고 있는 걸까요?”

톰 킬로이 인텔 수석부사장 겸 세일즈 마케팅 그룹 총괄 매니저가 질문을 던지자 대만 타이베이 인터내셔널 컨벤션센터를 가득 메운 수백명의 청중은 순간 조용해졌다. 킬로이 수석부사장이 “정답은 둘 다(Both)입니다”라고 답하자 그제서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나왔다. ‘PC는 죽었지만 살아 있다’라는 모순된 표현이 지금 PC업계가 맞닥뜨린 상황을 정확히 짚었다는 공감의 표시였다. 특히 새로운 프로세서를 발표할 때마다 PC 업계 지각변동을 일으킬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인텔이 내린 진단에 많은 사람은 더욱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지난 4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개막한 아시아 최대 컴퓨터 전시회 ‘컴퓨텍스2013’은 PC 생존을 위해 새로운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외치는 자숙의 자리였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에 사용자를 빼앗긴 PC업체들의 해답은 결국 모바일이었다. 예전처럼 데스크톱과 노트북 형식이라면 죽은 PC이지만 모바일로 ‘전향’하면 살 수 있다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지금의 PC 업황을 만든 모바일 제품 앞에 두 손을 든 격이다. 이는 지난 1분기 19년 만에 최대 낙폭의 출하량을 기록(IDC 조사)할 정도로 최악의 시절을 맞고 있는 PC업체가 자존심까지 버리며 제시한 일종의 배수진이다.

선봉으로 나선 기업은 CPU의 최고 ‘갑’으로 군림했던 인텔이다. 인텔은 지난해 1월 3세대 코어(아이비브리지) i프로세서를 발표할 때까지만 해도 울트라북을 주력 제품군으로 강조했지만, 이번에 1년 만에 새로운 프로세서를 선보이면서 ‘투 인 원(2 in 1)’을 전면에 내세웠다. 

대만 타이베이 난강 전시장에 설치된 컴퓨텍스2013에서 관람객들이 에이수스의 패드폰을 체험하고 있다. 패드폰은 에이수스 부스에서 가장 인기가 좋은 코너였다.

투 인 원은 노트북에서 화면만 따로 분리해 태블릿으로 쓸 수 있는 제품이다. 투 인 원은 이미 지난해부터 소개됐지만 인텔은 PC의 부진을 떨치기 위해 태블릿 즉 모바일 제품을 선택했다. 인텔은 이날 발표한 4세대 코어 ‘하스웰’이 투 인 원 최신 제품을 탄생시킬 것이라고 제시했다. 하스웰은 아이비브리지보다 배터리 성능은 1.5배, 그래픽 처리 기능은 2배 향상된 제품이다. 킬로이 수석부사장은 “하스웰을 탑재한 투 인 원 제품은 PC의 새로운 시대(New Era)를 열 것”이라고 말했다.

PC업체 또 다른 강자였던 마이크로소프트(MS) 또한 루미아 920, 루미아 720, 윈도폰8X 등의 스마트폰을 전시장 중심에 진열했다. 이들은 이미 출시된 제품이지만 MS는 컴퓨터 전시회에 다시 등장시키며 윈도 모바일 알리기에 나섰다.

이와 함께 윈도 운영체제(OS)를 기반으로 한 헬스케어 단말기도 눈에 띄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대만 현지업체 유니텍과 손잡고 윈도 기반(임베디드 핸드헬드 6.5 클래식)의 모바일 클리닉 제품 PA690도 전시했다. 구글이 안드로이드 기반으로 모바일 건강관리 단말기 시장을 선점하는 상황에 MS가 이를 견제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중화권 PC업체들은 노트북, 올 인 원 등의 제품을 전시했지만 관람객들이 정작 몰린 곳은 모바일 기기였다. 이날 에이수스는 울트라북 최초로 코닝의 강화 유리제품 고릴라글래스3를 탑재한 젠북을 발표했지만 패드폰 등의 하이브리드 제품이 더 각광을 받았다. 패드폰 인피니티는 5인치 스마트폰을 10.1인치 태블릿에 꽂으면 스마트폰의 콘텐츠가 넓은 화면의 태블릿에 자동으로 공유되는 제품이다.

이처럼 컴퓨텍스 전시회의 모바일 성향이 더욱 짙어지면서 참가 업체 관계자들은 단일 PC의 위기감이 극도에 달했다고 평가했다. 유무선 반도체업체 브로드컴의 마이클 헐스톤 수석부사장은 5일 ‘PC는 종말했나’라는 주제로 발표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PC의 모바일화는 아직까지 흉내 내기에 그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에이수스의 7인치 메모패드는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 시리즈를 연상시키고, 인텔이 발표한 투 인 원 제품의 음성인식 등의 기능 또한 주요 스마트폰들이 이미 선보인 기능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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