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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투데이> 국민신뢰 회복 구원등판…대통령의 ‘또다른 입’ 이정현
대통령-국민 가교역할 수년간 대외창구 도맡아…새 홍보수석 임명 국민과의 소통 과제로
“약속을 지키러 왔습니다.” 이정현 홍보수석이 4일 아침 청와대 춘추관에 들어서면서 한 말이다. 하루에 두세 번은 꼭 춘추관에 들러 국민들이 가려워하는 곳을 긁어주겠다는 것이다. 그는 또 아침 회의에 들어가기 전에 춘추관에 들르겠다고도 했다.

지난해 대선 당시 공보단장으로 ‘사랑방’을 이끌며 박근혜 후보와 국민들 사이의 가교 역할을 했던 그의 재등판은 이렇게 시작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대통령과 국회의 사잇길에서 이리저리 뜀박질하던 이 수석이 이제는 대통령과 국민들 사이에서 또다시 뜀박질을 하기 위해 준비운동을 하는 모습이기도 하다.

그만큼 조용하지만 화려한 등판이다. 정치권엔 “박 대통령에겐 ‘단 두개의 입’이 있다”는 말이 있다. 하나는 박 대통령 본래의 입이고, 또 다른 하나는 이 수석의 ‘입’이다. 박 대통령도 이 수석에 대해 “지금까지 내가 하지 않은 말을 한 번도 (기자들에게) 한 적이 없다”고 했을 정도다. 이 수석은 박 대통령이 2007년 당 대선 경선 패배 이후 ‘대변인 격(格)’으로 불리며 수년간 박 대통령의 대외창구 역할을 도맡았다. 당시 휴대폰 배터리 12개를 준비해 놓고 언론을 상대한 일화는 유명하다.

이 수석의 구원등판에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지만, 그는 여전히 몸을 낮춘다. 전날 홍보수석으로 임명된 직후 박 대통령의 당부 말씀이 있었냐는 질문에 “이심전심 아니겠냐”고 짧게 답했다. 이걸 하겠다느니, 어떻게 하겠다느니 군더더기도 없다. 그는 그러면서 “외과 수술도 받을 수 있으면 받아 실밥도 뽑겠다”는 말로 취임 일성을 대신했다. 박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정무팀장을 맡으면서 “외과 수술로 입을 없애 버렸다”며 말을 아낀 이 수석이 다시 ‘봉인’을 풀겠다는 의미다.

이 수석이 홍보수석으로 임명된 당일날 박 대통령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담뱃불로 지지고 잎도 꺾는 주인이 오면 나무도 아주 날카롭고 신경질적인 기가 나온다”며 “믿음이 없으면 좋은 정책을 내놓아도 잘 실천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뢰가 곧 소통이라고 생각하고 거기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수석은 머뭇거릴 틈이 없다. 박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뺄셈 덧셈 없이 내보여 국민들의 신뢰를 복원하는 것도 그의 몫이다. 대통령과 국민들 사이 어딘가에서 꽉 막혀 버린 곳을 찾아 뚫는 ‘굴뚝 청소부’ 이정현의 모습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한석희 기자/hanimom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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