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는 여야의 견제에 안철수<사진> 의원도 뿔이 났다. ‘안철수 신당’에 대한 따돌림과 길들이기 의도가 담긴 여야의 견제를 비장한 각오로 받아들이며 담금질에 나서는 모습이다.
안 의원은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내가 가는 길이 쉬운 길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안다”며 “목숨을 걸고 정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공고한 양당제 틈 속에서 제3의 길을 모색하기가 어렵지 않겠느냐는 지적에 대한 답변이었다. 평소 조근조근 말하는 모습과 사뭇 다른 비장함이 엿보이는 대목으로, 신당 창당을 바라보는 여야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한 듯한 모습이다.
신당의 정체성에 대해서도 좀더 분명한 언급을 내놨다.
안 의원은 “서민과 자영업자, 노동계의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는 데는 최장집 (정책네트워크 내일)이사장의 언급에 100% 동의한다”면서도 “그러나 진보정당을 만들겠다는 의미는 아니며, 토의하면서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진보라고 하면 우리 정치특성상 그 틀 속에 빠져서 헤어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노동자 정책 방향과 안보가 기존 진보와 다를 수도 있는데, 기존의 진보로만 규정하면 프레임에 빠져버려 할 일은 못하고 설득에만 역량을 소모할 수 있다”고 ‘진보정당’이라는 꼬리표를 꺼리는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여야의 견제는 안 의원 발언에 아랑곳없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4일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연합연대를 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간다면 야권 분열 단초를 제공해 결국 선거에 패배하는 결과로 나타날 것”이라며 “진보를 표방하건 보수를 표방하건 그분들이 결정할 문제지만, 창당을 하더라도 야권으로서 연합연대해서 거대한 박근혜정부나 새누리당을 견제해 함께 승리할 수 있는 길로 가자”고 밝혔다.
앞서 안 의원의 독자세력화가 새누리당에 어부지리가 될 수 있다고 밝혔던 김한길 민주당 대표의 주장의 연장선상으로 읽힌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도 3일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양당이 잘 타협하는 모습을 보이면 구태여 제3당으로, 또 다당제로 넘어가진 않으리라고 생각하고 이번 6월 국회가 그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안철수 신당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백웅기 기자/kgungi@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