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권남근 기자] 최근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들의 금리상승으로 채권투자에 대한 경계론이 확산되고 있다. 세계경기회복과 미국의 양적완화(QE) 조기 종료 가능성으로 금리가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금리상승은 채권가격하락으로 이어져 채권투자에 손실을 입을 수 있고 달러 자금이 본국으로 들어갈 경우 세계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위험이 있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3일 “선진국의 출구전략이 동시에 진행되면 급격한 자본유출로 신흥국에 충격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국채금리 급등이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지난달 28일 2.165%까지 상승하며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30년물 모기지 금리 역시 지난달 31일 종가기준으로 4.1%까지 급등하며 작년 3월 26일 이후 14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본의 10년만기 국채 금리(5월 31일 0.94%)는 지난달 23일 장중 1%대를 돌파하는 등 한 달 새 50% 이상 급등했다. 실제 지난 5월 한 달간 선진국 금리는 30bp(1bp=0.01%포인트), 이머징은 40bp가량 올랐다.
JP모간은 올 3분기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연 2.25%로, 골드만삭스는 일본 국채 10년물 금리가 올 하반기에 연 1.00%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는 등 최근 주요 투자은행(IB)들은 금리 전망치를 높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3분기까지 금리 상승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 역시 글로벌 금리 상승에 따른 대외 압박이 커지고 경기둔화 우려 및 통화정책 완화 기대가 동시에 약해지면서 채권 금리 상승이 예상된다. 채권시장의 변동성 확대로 채권투자에 보수적 관점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금리상승은 세계 주식시장의 변동성을 높이는 불안요인이기도 하다. 미국와 일본의 채권금리가 급등하면서 이머징마켓의 달러와 엔화 자금이 빠져나갈 수도 있다. 특히 세계시장에 퍼져있던 달러 자금이 본국으로 복귀하면서 이른바 ‘달러캐리트레이드 축소’로 이어질 경우 한국을 비롯한 이머징 시장은 ‘통화약세ㆍ채권금리 상승ㆍ주가하락’의 ‘트리플 약세’가 생길 수 있다.
이와 관련 김중수 총재는 이날 ‘2013년 한국은행 국제콘퍼런스’ 개회사에서 “선진국의 출구전략이 차례로 일어나더라도 변동성·불확실성이 상당 기간 지속하면서 신흥국 경제에 부담을 줄 수 있다”면서 “향후 선진국의 출구전략으로 글로벌 유동성이 축소되는 경우에도 신용정책으로 경기둔화·금융불안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 연준의 통화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금리 역시 급등락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며 “미 통화정책의 변화가 달러캐리트레이드의 축소로 이어지면 이머징 시장에서의 외국인 자금 이탈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계했다.
윤여삼 KDB대우증권 연구원도 “미국이 출구를 향해 가는 동안 글로벌 채권시장 불안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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