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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보경 · 이수민, 캐디백 아버지는 ‘든든한 백’
채리티·군산CC오픈 골프 정상
‘아버지의 헌신’ 결국 우승 결실



‘아버지 캐디’들의 승리였다.

2일 나란히 막을 내린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군산CC오픈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E1 채리티오픈의 남녀 챔피언은 모두 아버지 캐디들의 헌신적인 뒷바라지가 바탕이 된 값진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E1 채리티 오픈에서 5년 만에 정상에 오른 김보경(27·요진건설)은 프로데뷔 후 9년 째 캐디백을 메고 있는 아버지 김정원(57) 씨와 투어 생활을 하고 있다. 조그만 가게를 운영하던 아버지는 심장 수술을 받은 뒤 가게 운영마저도 힘들게 되자 딸의 캐디백을 들었다. 캐디를 쓸 돈이 없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아버지는 골프를 전혀 몰랐다. 레슨 프로를 쓸 돈이 없어 딸의 샷이 슬럼프에 빠지면 누구에게 속시원히 물어보지도 못했다. 성격이 급한 아버지는 매사에 느긋한 딸과 번번이 충돌했다. 이 대회 첫날 9번홀(파4)에서는 딸의 고집을 꺾다 더블보기를 기록하고 말았다. 우드를 잡으려는 딸에게 드라이버를 쥐어줬는데 결국 이때문에 해저드에 빠진 것.

하지만 마지막날 라운드에선 상황이 뒤바뀌었다. 이번에도 9번홀이었다. 김보경은 “나는 두번째샷을 4번 아이언으로 치려고 했는데 아버지가 19도 하이브리드 클럽을 쥐어주셨다”고 했다. 180야드를 남기고 친 이 샷은 그린 가장자리를 맞고 홀 바로 옆에 붙었다. 하마터면 홀로 들어가 샷이글이 될 뻔 했다. 한뼘 거리의 버디 퍼트를 넣은 김보경은 다음 홀에서도 버디를 잡고 우승을 향해 치고 나갔다.

비슷한 시각, 군산CC오픈에서는 아마추어 이수민(20·중앙대)이 아버지 이정열(48) 씨를 끌어안고 우승 기쁨을 나눴다. 이수민은 전날 3라운드에서 10언더파를 치며 아마추어 최초로 KPGA 투어 한국 선수 18홀 최저타 기록과 타이를 이룬 여세를 몰아 최종합계 16언더파 272타로 우승했다. 아마추어 선수가 KPGA 투어 대회에서 우승한 건 김경태 이후 약 7년 만이다.

강원도 평창 출신의 이수민은 스키선수를 지낸 아버지가 나흘 내내 캐디로 힘을 보탰다.

조범자 기자/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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