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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연일 쏟아지는 진정성 없는 사과문들
사과의 생명은 진정성과 형식이다. 사과를 하는 측은 최고 책임 당사자가 정중히 예의를 갖추고 잘못을 분명히 밝힌 다음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것이 기본이다. 그래야 진정성이 느껴지고 사과받는 쪽의 마음을 누그러뜨릴 수 있다. 그런데 최근 들어 각종 사과문이 쏟아지고 있지만 이런 예의와 형식을 갖춘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한껏 머리를 숙였는데도 진정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 까닭이다.

갑(甲)의 횡포에 대한 사회적 비난이 고조되면서 해당 기업들이 하는 사과가 그렇다. CU 편의점 가맹점주 잇단 자살과 회사 측의 자살 점주 사망진단서 변조 의혹으로 논란에 휩싸인 BGF리테일이 30일 대국민 사과를 했다. 회사 측은 가맹계약 관행 개선 대책과 함께 100억원이 넘는 상생펀드를 운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그 자리에 갑 중의 갑이라 할 오너 회장은 보이지 않았다. 이러니 가맹점주 자살 사건이 윤리적 문제로 번지며 여론이 급격히 나빠지자 마지못해 사과를 했다는 뒷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대리점주에 대한 막말과 밀어내기 영업으로 물의를 빚은 남양유업 사태도 마찬가지다. 피해 대리점주들이 오너 회장을 검찰 고발까지 했는데도 정작 당사자는 머리를 숙이는 데 인색했다. 회사 관계자들이 석고대죄(席藁待罪)하며 잘못을 뉘우치는 모습을 보였지만 파문이 여태 가라앉기는커녕 더 커진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알맹이 빠진 사과로는 피해자는 물론 국민들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

기업들 경우만이 아니다. 지난 3월 말 허태열 대통령비서실장의 ‘17초 사과’는 진정성 없는 사과의 압권이다. 인사 난맥을 둘러싼 대국민 사과를 하려면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해야지 비서실장이 나선 것부터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한데 그것조차 김행 대변인에게 대독을 시켰으니 아예 사과를 하지 않은 것만도 못한 결과가 된 것이다. 아들의 영훈국제중학교 부정입학 논란과 관련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과문을 본인이 아닌 회사 관계자가 대신 전한 것도 납득이 안 된다.

지난 2009년 미국에서 렉서스 급발진 사고로 일가족 4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가 대규모 리콜 사태로 이어지자 도요타는 창업자의 직계인 도요다 아키오(豊田章男) 사장이 즉각 전면에 나서 유가족들에게 사과하고 눈물로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그런 진정성이 도요타의 재도약 발판이 된 건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정부든 기업이든 진솔하게 국민들 앞에 다가서야 마음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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