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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한수원 해체 포함한 고강도 원전개혁을
이제 더 이상 우리의 원자력발전 안전을 신뢰하기 어렵게 됐다. 신고리 1, 2, 3, 4호기와 신월성 1, 2호기에 시험 성적표를 위조한 불량 부품을 사용했다는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의 발표는 충격과 불안을 넘어 공포감마저 들게 한다. 문제의 부품은 제어케이블로 유사시 안전계통에 동작신호를 전달하는 장비다. 이게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방사능 물질이 외부로 유출되는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아무리 원자로가 고온 고압 상태로 돌아가도 제어케이블은 정상 작동하도록 설계돼 있고 완벽한 검사를 거친 부품만 써야 한다. 그런데 안전과 직결되는 핵심 부품까지 가짜를 끼운 셈이니 기가 찰 노릇이다.

더 놀랍고 화가 나는 것은 시험 성적표를 조작한 곳이 국내 시험기관이라는 점이다. 이전 불량 부품은 납품 업체가 평가서를 위조했지만 이제는 아예 시험기관과 짜고 서류를 조작한 것이다. 시험기관이 작정하고 속이려 들면 이를 확인하고 발견할 재간이 없다. 그야말로 고양이에게 생선 가게를 맡긴 꼴이다. 지난달 원안위에 제보가 들어왔기에 망정이지 이마저 없었다면 까막눈으로 지나갈 뻔 했다. 그것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원전 비리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해 11월 광범위한 품질보증서 위조사건 때에도 준엄하게 경고한 바 있다. 그런데도 달라진 것은 하나 없다. 오히려 수법이 더 고도화되고 치밀해졌을 뿐이다. 비리의 암세포가 워낙 깊고 넓게 퍼져 수술로는 치유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원점에서 다시 출발해야 한다. 기존 시스템을 허물고 판을 새로 짜야 한다는 것이다. 필요하다면 관리 주체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을 해체하고 새 기관을 설립하는 극단적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따지고 보면 원전 비리의 싹은 한수원의 우월적 지위 남용이 그 시작이다.

당장 시급한 것은 원전에 대한 불안감 해소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국내 23개 원자력 발전기에 대한 전수조사가 불가피하다. 물론 그 결과는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며 완벽하다는 소리가 나와야 비로소 국민들은 안심할 수 있다. 이번 사태로 원전 2기가 추가로 가동을 중단, 200만㎾의 공급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아도 전력이 모자라 비상인데 엎친 데 덮친 꼴이 됐다. 하지만 더 급한 것은 원전 안전이다. 전기 부족으로 제한 송전이 아니라 그보다 더한 사태가 닥치더라도 단 한 번의 원자력 사고보다는 피해가 덜 할 것이다. 언제까지 같은 걱정을 반복하고 있을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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