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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 윤정식> 전력난보다 비리척결이 먼저다
지난 겨울에도 똑같은 내용의 ‘현장에서’ 칼럼을 썼던 기억이 난다. 언제까지 똑같은 내용의 기사를 써야 이런 사건이 자취를 감출 수 있을지 궁금하다.

지난해 초 원전 부품 납품업체에 뒷돈을 받고 부품 비리를 도운 한국수력원자력 직원이 무더기로 구속됐다. 이후 감사원은 지난해 말에 대대적 감사에 나서 고리ㆍ영광 원전에 시험성적표 위조 부품 1555개가 쓰였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원안위는 지난 10년 동안 561개 품목, 1만3794개 부품이 성적을 위조해 납품됐다고 밝혔다. 당시에도 일부 원전이 정지됐고 한겨울 전력난이 화두가 됐다. 지금 상황과 판박이다.

약간 다르다면 이번 사건은 좀 더 적발하기 힘들었다는 점. 한수원 측은 이번 위조 인증서 부품 적발 건은 제보가 아니었으면 알아낼 수도 없었다고 한다. 인증서를 위조한 곳이 바로 부품 검증을 맡은 국내 시험기관이었고 이를 한국전력기술에서 인증해줬다.

한수원 입장에서는 민간업체도 아닌 공공기관에서 인증까지 받은 부품이라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고 한다. 병원에서 의사가 준 처방전을 들고 약국에 갔는데 약사가 “이 처방전이 진짜인지 위조된 건지 알아봐야겠다”며 모든 환자의 처방전 발급 병원에 확인 작업을 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일견 이해가 된다. 하지만 바꿔 말하면 지금 가동되고 있는 원전에 이번에 밝혀진 식의 위조 인증 부품이 더 있는지는 또 다른 제보가 있기 전에는 아예 알 수 없다는 얘기다.

박근혜 대통령도 나서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고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해달라”고 주문했다. 말은 쉽다. 하지만 이를 행동으로 옮기려면 시간과 돈이 필요하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부품 납품구조를 제로베이스에서 완전히 다시 짜야 한다는 얘기다.

시스템 구축을 위한 예산은 그렇다 치고 벌써부터 이슈는 당장 코앞에 닥친 전력난으로 옮겨가고 있다. 본말이 전도되면 안된다. 전력난이 더 큰 문제가 아니다. 시간이 얼마가 걸리든 비리부품 척결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 부품 납품구조를 보다 철저하고 투명하게 재정비하지 못하면 한국은 전 세계 원전업계에서 위조 부품 생산국이라는 오명과 함께 머잖아 자취를 감출 것이다. 

yj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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