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윤현종 기자］정부가 거래 활성화를 유도하기 위해 4·1 부동산 종합대책을 발표한지 2개월이 됐다.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두 달 동안 상승했고 서울의 아파트 거래량도 늘어났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 중에선 2개월 동안 최고 1억원 넘게 뛴 곳도 있다. 그러나 대다수 시장참여자들은 가격 상승과 거래 활성화 등 대책의 효과를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

일부 집주인들이 상승 기대감에 가격을 높여 호가만 뛰거나 대책 발표로 투자심리가 완화된 틈을 타 일부 급매물만 소화되는 데 그쳤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또 다음 달 취득세 면제 혜택 종료 시점과 맞물려 4·1 대책의 효과가 사라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추종 매수세가 붙지 않아 거래 실종 현상마저 나타나면 4·1 대책은 그야말로 2개월짜리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4·1 대책 효과 “지방·강남 재건축·소형”=29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24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4·1 대책이 발표되기 직전인 3월 29일 대비 0.01%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방광역시 아파트 가격이 0.26% 올랐다. 두 달 동안 아파트 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곳은 대구로 0.43%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경북 0.32%, 세종시 0.28%, 충남 0.14% 등도 상승세를 보였다. 반면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은 두 달 0.01%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서울 -0.01%, 경기 -0.02%, 인천 -0.07% 등 모두 약세였다.

4·1 대책 발표 후 서울 전체 아파트 가격은 하락했으나 거래는 늘어났고 강남 중심 재건축 아파트들은 두각을 보였다. 4월과 5월(28일 기준) 서울 전체 아파트 거래량은 총 1만644건으로 작년 동기의7685건보다 38.5% 증가했다. 서울 일반 아파트 매매가격은 두 달간 0.16%의 하락률을 기록했으나 재건축 아파트 가격은 0.96% 상승했다.

4·1 대책 발표 후 강남 일부 재건축 단지의 매매가격은 크게 뛰었다.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공급면적 115.70㎡) 매매가격은 두 달 새 9억8500만원에서 11억1000만원으로 1억2500만원 뛰었고 서초 반포동 신반포 한신1차(공급면적 92.56㎡) 가격은 현재 16억2500만원으로 두 달동안 7500만원 올랐다. 개포 주공1단지(공급면적 59.50㎡)와 강남 대치동 은마아파트(공급면적 101.70㎡)도 각각5500만원, 5750만원 상승했다.

면적별로는 중소형만 강세였다. 수도권 아파트 중에서 면적이 60㎡ 이하와 60∼85㎡ 이하는 각각 0.03%, 0.02% 상승했고 85㎡ 초과는 0.09% 하락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4·1 대책 발표 이후 쌓인 매물이 소화되면서 꽁꽁 얼어붙은 시장이 해빙기를 맞았다”면서도 “거래는 늘어났지만 가격은 움직이지 않았고 강남 재건축 소형 고가아파트는 올랐으나 수도권 중대형은 소화불량을 나타내는 등 대책 효과는 반쪽에 그쳤다”고 설명했다.

▶4·1 대책 뒷심 약해…7월부터 거래 위축 우려= 시장참여자들도 4·1 대책의 효과가 크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일부 싸게 나온 급매물만 팔렸을 뿐 가격 상승과 거래 활성화가 본격적으로 나타나지 않았다는얘기다. 매수자들은 2∼3주 전부터 관망세로 돌아섰고 매도자들은 상승 기대감에 호가를 올리거나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거래가 살아난 것으로 알려진 강남 곳곳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역력하다. 정애남(개포주공) 공인중개 사장은 “아파트 가격이 4월 중순 이후로 계속 떨어져 상승폭의 절반까지 내려왔다”며 “5월에 주공1단지 거래량이 10건도 안 돼 강남권이 효과를 봤다고 하기도 힘들다”고 지적했다.

대일부동산(둔촌주공) 관계자도 “대책이 이미 시장에 선 반영돼 최근 시장은 다시 2천만∼3천만원 정도 빠지고 있다”며 “벌써 분위기가 식었다”고 말했다. 송파 잠실도 사정은 마찬가지. 박준(잠실5단지) 공인중개 대표는 “경제가 불확실하고 부동산 규제가 아직 사라지지 않은 점이 악재”라며 “매수자들이 관망세를 보이면서 집값이 다시 내려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남 재건축 일부만 그나마 움직였을 뿐 강북 소형 아파트까지는 온기가 퍼지지도 않았다고 시장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전문가들은 6월 말 취득세 감면 조치가 끝나면 시장 분위기가 위축될 것으로 우려했다. 임병철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매수자들이 2∼3주 전부터 관망세로 돌아섰다”며 “여름 비수기에 접어들어 취득세 감면 조치까지 종료되면 거래절벽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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