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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크엔드>야쿠르트아줌마 판매왕 심정숙 여사 “노란옷만 봐도 경기 일으키는 고객, 인사와 미소로 끌어들이죠”
[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새벽 4시면 어김없이 밴 차량 스타렉스의 시동이 걸린다. 짐 칸엔 250여 가구에 돌릴 발효유, 우유 등 한국야쿠르트의 제품이 실려 있다. 지난해 한국야쿠르트 아줌마 1만3000명 가운데 실적이 가장 좋은 1등에게 주는 ‘대상’을 받은 심정숙(48)여사가 핸들을 잡는다.

한국야쿠르트 경기동지점 분당영업소 수지점에 근무하는 심 여사는 이 시간부터 3시간을 바짝 ‘배달’한다. 예전 같으면 캐리어에 제품을 담아 발품을 팔았겠지만, 관리하는 고객이 많아지면서 차량을 이용하는 거상(巨商)이 됐다.

심 여사의 성적은 예상을 뛰어넘는다. 한국야쿠르트가 만드는 건강기능식품만 매출 2억원에 가깝다. 발효유는 2011년 대비 100% 이상 새로운 고객을 만들었다. 불황으로 돈을 안쓴다고 하는데 올 5월 매출만 1700만원 정도했다. 야쿠르트 아줌마들은 통상 매출의 25% 가량을 가져가기에 심 여사의 월 수입은 300만원을 훌쩍 넘는다. 전체 야쿠르트 아줌마 평균 월수입의 2배 이상이다. 

야쿠르트 아줌마 판매왕 심정숙.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심 여사는 이 일을 10년쯤 했다. 첫 아이가 2세였던 28~33세까진 대전에서 캐리어를 끌었고, 10년간 가사를 돌보다 43세 때 수지에서 다시 야쿠르트 아줌마 유니폼을 입었다. 20~30년된 베테랑 아줌마가 있지만, 그는 ‘영업의 달인’으로서 노하우를 자신있게 말했다.

좌절을 맛보면서 쌓은 비결이었다. 그는 “여기 수지점에 들어온 건 아르바이트직이었고, 처음엔 80가구 인수인계를 받았는데 정말 일 할 데가 없더군요. 주민들이 제가 인사만 해도 정색을 했어요. 노란색 유니폼만 보여도 야쿠르트 사달라고 할까봐 귀찮았던 거죠. 그래도 인사를 거르지 않았어요”라고 했다.

그는 무조건 고객의 전화번호를 알아냈다. “야쿠르트 얼마만에 한 번 드시냐”고 말을 건네고 “번호를 주시면 원하는 때에 배달하겠다”고 해 문자영업을 하는 것이었다. 비라도 오는 날이면 이렇게 차곡차곡 쌓은 250여가구 주민의 번호를 통해 문자로써 고객 관리를 한꺼번에 한다. 관리 가구가 많을 땐 340가구까지 늘어났다. 맏딸은 대학생이지만, 둘째딸과 막내 아들이 초등학생이어서 이 고객들을 다른 야쿠르트 아줌마에게 떼어주기도 했다. 

야쿠르트 아줌마 판매왕 심정숙.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심 여사는 새벽에 배달을 위해 돌던 아파트 지역을 오후에 꼭 다시 찾아간다. 주민들에게 존재감을 심어주기 위해서다. 그는 “새벽에 아파트 배달은 100% 끝내죠. 낮에는 캐리어에 제품을 담고 다시 아파트를 구석구석 돌아요. 배달할 집은 많지 않은데 3~4시간이 걸려요” 라고 했다.

야쿠르트 아줌마들의 용어로는 이걸 ‘증가구’라고 한다. 가가호호 찾아다니며 안면을 익히고, 결국 고객으로 만드는 중요한 작업이다. 심 여사는 “저만해도 슈퍼마켓에 가더라도 카운터 직원이 반갑게 인사해 주는 곳을 택한다”며 “한국엔 정이라는 문화가 있고, 한국인은 정에 굶주려 있는 유전자가 있어 미소를 띄는 저를 좋아해 준다”고 했다. 그는 타사 발효유가 대형마트 같은 곳에서 잘 팔리는 것 같아도 야쿠르트 아줌마가 동네 곳곳을 쑤시고 다니는 데엔 맥을 못춘다고 단언했다.

물론 이 직업에, 영업이라는 영역에 회의를 느낀 적도 있다. 유통기한이 정해져 있는 우유의 경우 고객이 끊기면 손해가 나기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진심으로 고객을 대했기에 다른 회사 제품이 좀 더 싸다는 이유로 한국야쿠르트 제품에서 갈아탈 땐 부화가 치밀기도 했다. 속은 끓어도 문자로는 각종 이모티콘을 써가며 친절하게 안부인사를 했다. 그러면 돌아섰던 고객이 다시 거래를 하기도 했다. 그는 “30대때엔 많이 팔아야 한다는 중압감을 느꼈다”며 “이젠 한 번 (발효유를)먹은 사람이 영원히 먹지는 않는다는 생각도 하고 고객이 싫은 소리를 해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경지에 이르렀다” 고 했다.

‘영업의 달인’이 생각하는 영업의 최고 노하우는 뭘까. 그는 배려라고 했다. 또 과학이라고도 했다. 심 여사는 “제품을 팔아주는 고객한테만 배려한다는 건 말이 안된다”며 “경쟁사 영업사원 중 한 분은 제 고객의 업소를 찾아가 바닥 청소까지 하며 자신을 알린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영업은 그런 것이고, 그 분은 꼭 잘 될 것으로 생각한다” 말했다. 이어 “영업을 하려면 도저히 안될 것 같은데도 뭔가 맞아 떨어지는 게 있어 과학과도 같다”고 했다.

심 여사는 ‘대상’ 수상과 함께 본사가 주는 부상으로 중형차 K-5를 받았다. 에어컨 기사를 하는 남편의 차량이 1t트럭이고, 자신의 차가 스타렉스여서 처음으로 자가용을 굴리게 된 것. 그는 “자가용은 처음이어서 그런지 정차해 있을 땐 시동을 걸지 않았나 착각할 정도로 차가 너무 좋다”고 활짝 웃었다.

글=홍성원 기자/hongi@heraldcorp.com, 사진=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야쿠르트 아줌마 판매왕 심정숙.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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