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영화 기자]‘계약 성공률 99%’ 주변에선 나를 ‘영업의 신’이라 부른다. 난 한번도 어렵다는 판매왕 자리를 다섯번이나 꿰찼다. 실적이 쌓이면서 연봉은 꾸준히 올라 지금은 수억원대를 받게 됐다. 얼마전부턴 칼럼과 강의 요청 전화가 걸려오기 시작했다. 내 성공담을 다룬 책을 내보자는 제의도 받곤 한다.
오늘의 나를 만든 건 발로 뛰는 열정과 오뚝이 근성이다. 많이 시도할수록 영업 성공률은 높아졌다. 처음부터 너무 완벽하게 하려고 초조해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좀 더 잘하려고 노력할수록 더 나은 결과를 얻는 건 이쪽 세계에서도 통하는 황금률이다.
영업의 세계는 냉혹하다. 모든 걸 실적으로 보여줘야 한다. 여기서 오는 심리적인 압박, 부담은 상상 이상이다. 그래서 혹자는 세일즈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란다. 나도 한땐 그 말에 공감했다. 하지만 이제 ‘그렇지 않다’고 단언할 수 있다.
영업세계에 뛰어들기 전 난 남들이 부러워하는 대기업에 다니는 평범한 월급쟁이였다. 잘 하는 것도 별로 없었다. 그런 내가 30대 후반의 나이에 영업을 시작해 피말리는 경쟁에서 살아남고, 나아가 달인의 경지까지 오르니 지금 생각해도 꿈같다. 나 역시 초년병 시절 무던히도 애를 먹었다. 고객을 만나서 어떻게 이야기를 해야 할지 몰라 쩔쩔맸다.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해보고 쫓겨나다시피 한 적도 부지기수였다. 이같은 우여곡절 끝에 얻은 가장 큰 교훈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자’였다. 성패에 연연하지 않으니 한결 마음이 편했다. 나는 책과 강연, 선배들의 조언을 통해 고민을 차근차근 해결해나갔고, 경험이 하나둘씩 쌓이자 노하우가 생겼다. 그러면서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현명하게 대처해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흔히 영업사원의 가장 큰 무기로 유려한 화술을 꼽는다. 말주변은 어느 정도 타고나는 재능이지만, 내 경우 영업 경력과 학습을 통해 후천적으로 세일즈 화법을 터득했다. 그러나 아무리 달변가라도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면 소용없다는 게 그동안 몸소 깨달은 바다.
고객을 마주할 때 난 의사가 됐다고 상상한다. 처방을 내리기에 앞서 정확한 진단은 필수다. 계약체결 단계에 들어가기 전에 정보를 제대로 수집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래서 말을 아끼고 고객들이 입을 열 수 있도록 유도한다. 고객이 ‘아니오’라고 답할 수 있는 질문은 삼가고, 그의 말에 귀를 쫑긋한다. 이를 통해 고객의 마음을 읽어내는 것이다. 고객이 원하는 것을 제대로 간파하려면 미리 고객 및 상품 분석은 철저히 해둬야 한다.
그런 다음 승부는 단시간에 낸다. 고객에게 가장 적합한 상품을 일목요연하게 설명하는 게 중요하다. 이때 부탁하는 듯한 말투는 삼가고, ‘내가 최고의 전문가’라는 신념으로 자신감있게 해야 성사율이 높아진다.
영업은 개척이다. 난 누구나 고객이 될 수 있다고 믿고 날마다 10~20명의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뛰어다녔다. 또 고객과 최소한 90일마다 접촉했다. 영업 성공의 관건은 이처럼 더 많은 사람을 자주 만나는 데에 있다.
하지만 이때 상대방에게 부담을 주거나 마음을 불편하게 해서는 안된다. 내 머릿속엔 미국의 자동차 판매왕 조 지라드의 ‘250명의 법칙’이 늘 자리잡고 있었다. 만약 단 한 사람이라도 건방진 말투로 대하거나 그를 화나게 만든다면 내 주머니를 돈으로 채워줄 수 있는 250명을 잃는 것이라고 스스로를 훈련시켰다. 난 ‘한번 팔면 그뿐’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고객 한명 한명을 소중히 대했다.
내가 위대한 세일즈맨이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돈이었다. 하지만 점차 고객들이 나를 믿고 따라줄 때, 그리고 그들의 필요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다는 데에 가슴 벅찬 희열과 보람을 느꼈다. 동고동락해온 고객들은 가족, 친구나 다름없는 존재가 됐다. 거액 스카웃 제의를 여러번 거절했던 가장 큰 이유도 기존 고객을 떠날 수 없어서였다.
이제 영업은 내게 즐거운 게임이자 신나는 모험이다. 영업이 3D업종이라는 사람들에게 외치고 싶다. 진정한 세일즈의 매력에 빠져보라고. 난 조 지라드나 톰 홉킨스와 같은 세계적인 판매왕을 꿈꾼다. 세일즈맨들이여, 꿈을 가져라! 영업의 귀재는 태어나는 게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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