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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 김화균> 꼴찌를 위한 변명

동반성장은 말 그대로 함께 커가는 것이다. 자발적 이해와 양보가 전제돼야 한다. 매를 때리기보다는 칭찬을 통한 ‘피그말리온 효과’를 기대해야 한다. 꼴찌도 당당하고 배전의 노력을 기울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동반성장위원회가 동반성장지수 평가결과를 발표한 27일 일선 기자들의 전화통에는 불이 났다. 평가결과 4개 등급 중 최하위인 ‘개선’ 판정을 받은 8개 업체의 하소연 전화 탓이다.

일선 기자들을 통해 간접 전달된 이들의 해명은 다양하다. A 그룹 관계자는 “그룹 전체가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대금 지급이 일부 늦어진 데 따른 것”이라면서 “이 같은 특수상황을 인정해줬어야 한다”고 말했다. B 기업 모 임원은 “상대평가 방식을 택하다보니 우리가 열 걸음을 뛰어도 상대방이 백 걸음을 뛰면 어쩔 수 없지 않은가”라고 현실론을 폈다. 유통업계는 “금전 지원 항목의 비중이 크다보니 이런 부분에 대한 평가가 미흡한 듯하다”고 입을 모았다. 오프더레코드를 전제로 한 하소연에는 더 심한 내용이 담겨 있다. 한 마디로 “나름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낙제점을 받았다”는 말로 요약된다.

업체들이 ‘동반성장 성적표’에 목매는 것은 최근의 사회 분위기와 맞물려 있다. ‘갑의 횡포’에 대한 지탄과 경제민주화라는 거센 바람에 자칫 ‘악덕 기업’으로 낙인이 찍히지 않을까 우려해서다. 등급은 ‘개선’이지만 최하위 등급이다보니 ‘꼴찌’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들 기업은 동반성장 노력을 결코 게을리한 곳이 아니다. 유장희 동반성장위원장도 “이번에 참여한 기업은 동반성장에 대한 임직원들의 열의가 확고한 기업들”이라면서 “동반성장 부족기업으로 오해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유 위원장의 당부와 업체들의 해명에도 낙인 효과는 현실화하고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인터넷과 SNS에 올라오는 비난 글에 마치 ‘남양유업’이나 ‘라면 상무’가 돼가고 있는 느낌”이라고 하소연했다.

동반성장 지수평가는 동반위가 실시하는 중소기업 체감도 조사와 공정거래위원회의 동반성장 이행 평가로 구성된다. 평가를 위해 동반위는 업종별 간담회, 공청회, 업계 의견 수렴, 실무위 논의 등 절차를 거친다. 철저히 객관성을 담보하고 있다는 게 동반위 측 설명이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전경련 조사에서도 주요 기업들은 현행 동반성장지수의 대안모델로 각각 ‘기업의 경영자원과 역량에 맞는 모델’을 요구하고 있다. 기업의 동반성장 수준별 도입 가능 모델, 중소기업 자생력 강화에 대한 별도 측정장치 신설 등이 필요하는 의견도 제시하고 있다. 전경련은 이런 요구를 반영, 하반기 중 기업역량이나 특성이 반영된 동반지수 대안모델을 동반위에 제안한다는 방침이다.

유장희 위원장은 동반성장 지수평가를 음악경연대회에 비유했다. 그는 “이들 업체는 자발적으로 음악경연대회에 참여한 명가수들”이라면서 “그런 만큼 등위를 매길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나 동반성장 성적표는 그 충격파가 음악경영대회와 차원이 다르다. 이들이 당하는 낙인효과가 결코 가볍지 않기 때문이다.

동반성장은 말 그대로 함께 커가는 것이다. 자발적 이해와 양보가 전제돼야 한다. 매를 때리기보다는 칭찬을 통한 ‘피그말리온 효과’를 기대해야 한다. 꼴찌도 당당하고 배전의 노력을 기울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평가 방식 보완과 함께 여론을 납득시키는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
 

h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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