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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팝콘정치>안철수의 애매모호 화법... 당신의 생각은?
〔헤럴드경제=김윤희 기자〕“아직은 진행된 게 전혀 없으니까요”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27일 신당 창당과 관련해 내놓은 답변이다. 안 의원이 주축이 된 신당 출현 시점이 오는 10월 재보선, 또는 내년 6월 지방선거 전후냐를 두고 설왕설래하는 가운데, 정작 본인은 원점에서 한발짝도 나아가지 않고 있다. 안 의원은 “그쪽에 대해선 제가 더이상 할 말이 없다”고 덧붙인 뒤 훌훌 자리를 떴다.

그런데 그동안 입이 무겁기로 유명했던 안 의원의 측근들은 요즘 부쩍 똑부러지는 말이 많다.

싱크탱크 ‘내일’의 이사장인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27일 “민주당보다 분명히 진보적인 정당이 우리사회에 필요하다. 내가 힘이 된다면 하겠다”고 밝혔다. 신당, 그것도 진보정당이 필요하다는 분명한 주장이다.

지난 대선에서 안철수 캠프에서 활동했던 정연정 배재대 교수는 이날 라디오방송에서 “당장의 보궐선거를 겨냥하기 보다는 좀 더 큰 선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했다. 10월은 아니라는 뜻이다. 반면 또다른 핵심 측근은 “10월 재보선 전후 창당이 불가피하다”고 했고, 다른 관계자는 “내년 6월 지방선거까지 가봐야 신당이 제모습을 갖출 것”이라고 말했다.

안 의원은 그동안 ‘애매모호하다’는 지적을 끊임없이 받아왔다. 올 초 정부조직개편안에 대해서는 “대승적 차원에서 정치력을 발휘해 모범적으로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가 일부 의원들로부터 “좀 구체적으로 얘기하라”는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두루뭉실하다’는 세간의 평가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정치인의 화법이 그렇게 똑부러질 필요가 없다"고 편을 드는 의견도 있다.

이정숙 에듀케이션그룹 대표는 “우리 정치인들이 무책임할 만큼 ‘내지르는’ 경향이 있어 안 의원의 화법이 상대적으로 애매모호해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인이 아직 결정되지도 않은 사안에 대해 똑부러지게 입장을 밝히고, 추후 상황이 변하면 말을 번복하는 행태가 오히려 한국의 정치불신을 낳았다는 얘기다. 이 대표는 “미국 미시간 주지사 선거를 연구한 적이 있었는데, 참모들이 오히려 정치인들에게 애매모호한 화법을 조언한다. 다양한 이익단체들에게 정치인의 한마디가 불이익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논리적인 김대중 전 대통령과 직설적인 노무현 전 대통령, 각론을 먼저 펼치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화법은 알게 모르게 한국 정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안 의원이 향후 정치권의 중심에 선다면 그만의 ‘애매모호’ 화법이 새로운 벤치마킹의 대상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wor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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