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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갈등을 넘어 통합으로> 한국사회 갈등 ‘암세포’ 만연…치료비만 300兆
노사·계층·지역·세대·이념… 20년간 공공갈등 총 624건사회갈등지수 OECD 4위경제격차가 갈등구조 근원표 얻으려 갈등 키우는 정치권5년마다 ‘판’ 엎는 정부도 한몫본지, 갈등이슈 10選 집중분석
노사·계층·지역·세대·이념…
20년간 공공갈등 총 624건
사회갈등지수 OECD 4위
경제격차가 갈등구조 근원

표 얻으려 갈등 키우는 정치권
5년마다 ‘판’ 엎는 정부도 한몫
본지, 갈등이슈 10選 집중분석




2013년 5월. ‘날것 그대로의 한국’은 쓴맛도 모자라 ‘독기(毒氣)’마저 느껴진다. 무시무시한 대형 포클레인 앞에 누워 있는 80대 할머니의 모습이 담긴 사진 한 장. “공사 강행”-“공사 저지”의 양극단에서 정부도, 한국전력도, 정치권도, 지역민도 한 치의 양보 없는 대치만 있을 뿐이다.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각종 시민단체들까지 개입해 ‘밀양 송전탑’은 얽히고설킨 난장판이다.

해법 없는 갈등의 살풍경은 이뿐만이 아니다. 통상임금을 둘러싼 노사충돌, 지방재정과 공공의료서비스의 적정선을 찾지 못하는 진주의료원, 쪼그라드는 국민연금과 갈수록 때깔이 나는 공무원연금 간의 괴리, 대안 부재속에서 계속되는 원전재가동 갈등 등등. 극한 대립을 겪는 갈등현장을 차례로 줄 세우면 몇 백 페이지의 책 한 권은 족히 쓰고도 남는다. 2030 대 5060의 세대 간 갈등, 빈부 간 계층갈등, 오른쪽과 왼쪽의 이념갈등까지 더하면 머리가 지끈해진다. 

암세포마냥 사회 곳곳에 퍼진 각종 갈등은 광속(光速)의 전염성으로 인해 언제든 대한민국의 건강성을 산산조각 낼지 모른다. ‘100% 대한민국’ 깃발을 들고 출항한 박근혜정부가 풀어야 할 숙제도 여기에 있다.

이에 창사 60주년, 재창간 10주년을 맞은 헤럴드경제는 초대형 갈등이슈 10가지를 선정, ‘갈등을 넘어 통합으로’ 시리즈를 통해 현상을 진단하고 해법을 제시한다.

우리 사회가 극단의 대립과 갈등으로 몸살을 앓기는 어제오늘이 아니다. 10년 전 극단적인 폭력사태로까지 번졌던 전북 부안의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사태, 경부고속철 터널 공사를 놓고 불거진 천성산 도룡농 사태, 최근엔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둘러싼 가파른 대립 등등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경찰 차량으로 겹겹이 둘러싸인 진주의료원은 2013년 갈등이라는‘ 암’에 걸린 한국 사회의 압축판이다. 밀양 송전탑 사태 등 최근 전이속도가 빨라진 갈등의 요인들은 이념, 지역, 계층 등 그동안의 단선적 갈등구조와 달리 다자간 갈등구조를 가진 변종(變種)이라는 점에서 치료를 위한 사회적 기회비용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1990년부터 2008년까지 지난 20년 동안에만 총 624건의 공공갈등이 빚어졌다는 통계도 있다. 한 해 평균 32.8건에 달하는 크고 작은 갈등이 빚어진 셈이다. 2009년 삼성경제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사회갈등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네 번째로 높다고 한다. 국책사업 갈등과 노사 대립으로 소요되는 사회적 비용을 모두 합치면 300조원에 달한다는 데이터와 마주하게 된다. ‘한국사회=갈등이 구조화된 사회’라는 등식이 성립되고 ‘50 대 50’은 대한민국의 자화상이다.

문제는 미래 역시 오늘과 다르지 않다는 데 있다. 한국행정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2012년을 기준으로 5년 전 5.54(최고점은 10)였던 한국의 갈등수준은 현재 6.25를 가리키고 있고, 5년 뒤엔 6.27까지 올라간다. 앞으로 갈등이 더 증폭된다는 것이다.

선진국 진입을 문턱에 둔 대한민국이 유독 극심한 갈등의 늪에 빠진 데에는 무엇보다 경제적 계층 간 갈등이 실제 이상으로 부풀려져, 도미노 식으로 세대 간, 지역 간 충돌로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홍헌호 시민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세대 간의 갈등, 지역 간의 갈등, 이념 간의 갈등 기저에는 경제적인 갈등이 있다”고 진단했으며,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도 “갈등을 줄일 수 있는 사회적 자본의 축적이 아직 부족하고, 이에 따라 분배 구조도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표를 얻기 위해 사회갈등을 확대재생산하려는 정치권의 책임도 크다. 지난해 4ㆍ11 총선을 달구었던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제주해군기지를 둘러싼 소모적 논쟁만 봐도 그렇다. 5년마다 이전 정부의 모든 것을 부정하고 새롭게 시작하려는 정부, 조정(midiation)은 하지 못하고 어느 한쪽 편만 들고 판결(judge)하려는 행정부의 무능도 갈등해소와 사회통합의 장애물이다.
 

채종헌 한국행정연구원 박사는 이에 대해 “우리 사회가 크고 작은 병을 치유하지 못하는 것은 어떤 처방이 필요한지 판단하지 않고 익숙한 처방을 반복하기 때문”이라며 “또 파이를 키우지 않고 나눠먹는 제로섬 게임만 하려는 측면도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의 흑인 인권운동가 제시 잭슨 목사는 “새는 오른쪽, 왼쪽 날개로 난다”고 했다. 정치권과 정부, 시민단체가 중심에 서서 좌우 균형을 잡아야만 비로소 ‘갈등 공화국’이 ‘통합 공화국’으로 재탄생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한석희ㆍ원호연 기자/hanimom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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