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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中 동북아 주도권 경쟁…韓‘외교 통역’역할 시험대
양강 틈바구니서 외교 외줄타기
내달 韓·中전략대화 무게감 가중



북핵과 한반도 문제 해결을 두고 ‘G2’로 불리는 미국과 중국이 주도권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우리 정부의 외교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미ㆍ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다음달 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한ㆍ중 전략대화’는 어느 때보다 중요성이 커졌다. 김규현 외교부 제1차관과 장예수이 중국 외교부 상무부부장이 만나는 이번 전략대화에서는 양국의 우호 협력 방안뿐 아니라 한반도 전략의 방향과 속도, 미국과 중국 간의 치열한 주도권 경쟁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제3차 핵실험 이후 달아오르고 있는 한반도의 긴장 상황은 여느 때의 북핵 위기와는 국제적 환경이 다르다. 세계 질서를 주도하고 있는 미ㆍ중 간의 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하기 때문이다. 미국과의 협력과 경쟁을 병행하겠다고 선언한 시진핑 체제의 ‘신형대국관계’ 전략과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 종결 이후 군사력과 외교력을 동아시아로 옮겨오는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전략이 경쟁하는 가운데 한반도 안보위기는 가장 핵심적인 역내 안보 이슈로 부상했다.

양국은 김정은 체제를 다루는 방법을 두고 협력과 경쟁을 동시에 벌이고 있다. 미국은 틈날 때마다 중국이 북한에 대한 압박과 설득을 통해 변화를 이끌어내기를 요구했다. 반면 중국은 존재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자신이 의장국을 맡고 있는 6자회담이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적인 틀이 돼야 함을 누누이 강조해왔다.

이런 경쟁심리는 북한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중국을 방문해 “관계국과 대화할 의지가 있다”는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의중을 전달한 이후 표면화되는 분위기다. 중국은 환추스바오 등 관영 매체를 통해 “한ㆍ미ㆍ일 세 나라도 화답해 대화의 불씨를 살려나가야 한다”며 6자회담 개최를 촉구했다. 반면 미국은 본격 대화 재개에는 미흡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패트릭 벤트렐 국무부 부대변인이 “북한은 국제사회의 의무를 준수하겠다는 진지한 의도를 보여줘야 한다”고 밝혔다.

양국의 경쟁구도가 심화될수록 우리 정부의 고심은 깊어진다. 정부 당국자는 “중국이 한ㆍ미 양국에 대화를 촉구한 것은 그들 입장에선 당연한 것”이라면서도 “북한의 진정성 있는 비핵화 노력 없이 대화는 없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 입장”이라고 말해 유보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정상회담 등을 통해 굳건한 한ㆍ미 동맹을 확인했지만 중국과 한ㆍ중 FTA 등을 통해 전략적 협력관계를 세워나가려는 우리 정부로서는 선뜻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기 어려운 상황이다.

손열 연세대 교수는 “한국은 동북아 지역 중견국으로서 정치ㆍ경제적으로 미ㆍ중 양국 모두에 의존도가 높아 어느 한쪽을 선택할 수 없는 만큼 두 강대국 간의 경쟁과 긴장 상태를 완화시키기 위해 가지고 있는 양자적ㆍ다자적 연결고리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양국의 전략적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한국이 두 나라와 끊임없이 접촉하고 서로의 의사를 소통시키는 일종이 ‘통역’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

우리 정부는 이번 전략대화와 다음달 말 열리는 한ㆍ중 정상회담을 통해 경제 부문에만 국한됐던 대중 협력관계를 정치 분야로 확대해 영향력을 증대한다는 복안이다. 우리 정부가 야심 차게 추진 중인 ‘한ㆍ미ㆍ중 전략대화’의 기틀도 이번에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원호연 기자/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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