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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지거래 못살리는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의 불편한 진실은?

[헤럴드경제=윤현종 기자]"하루종일 사무실을 지켜도 땅을 사겠다는 찾아오는 투자자는 한명도 없습니다.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땅을 풀어야 투자자들이 움직이죠”(토지거래 전문 공인중개사 김 모씨)

최근 국토교통부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의 절반을 웃도는 엄청난 규모의 땅(616.319㎢)에 대한 규제를 해제했지만 토지시장의 반응은 대체로 냉담했다. 절대다수가 국ㆍ공유지나 임야 등 실제 거래와 거리가 먼 땅이기 때문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거래활성화 기대감도 있지만, 개발제한구역 해제 등 후속 조치가 없는 상태인 탓에 실거래로 이어지는 즉각적인 약발은 나타나지 않는 상황이다.

대한민국 땅 부자들이 가장 많이 몰려 있는 서울 강남구 일원동, 세곡동, 자곡동 일대는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명단에 이름이 올라갔음에도 별 움직임이 없다. 허가 해제를 잔뜩 기대했던 세곡동 일대 공인중개사들은 정작 허가구역 해제 내용이 공개되지 침울한 분위기로 바뀌었다.

이번에 해제된 6.24㎢ 모두가 국유지여서 토지 거래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세곡동 A공인 관계자는 “국유지 거래허가를 풀어봐자 뭐하느냐”며 “땅 소유자들의 거래 문의는 한 통도 없었고 땅을 사겠다고 방문하는 손님도 전혀 없다”고 말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관련 실무를 맡고 있는 강남구청 관계자도 “이번 거래허가가 풀린 곳은 모두 탄천 주변 국유지로 토지시장 활성화와는 관련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서울에서 가장 많은 필지(총 2만4700필지 중 4927필지)가 해제된 은평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진관동 소재 공인중개사 윤모 대표는 “풀리는 곳은 백화사(사찰) 입구, 불광동 기독교 수양관 일대, 그리고 주변 임야 등 용도가 제한된 곳이 대부분일 것”이라며 “주거용지의 경우도 구청에서는 그린벨트로 묶인 곳이 대부분이라는데 당장 거래가 되겠느냐”고 한숨을 내쉬었다. 


경기도 하남 일대 공인중개사들의 반응도 불만 일색이었다. 규제가 풀린 대부분의 토지가 임야인 탓에 실제 땅을 팔고 사는 상거래엔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경기도 일대에서 28년간 토지거래 중개를 해 온 하남 소재 공인중개사 김 모씨는 “임야의 용도는 고작해야 묫자리거나, 조경회사에서 관심을 갖는 정도”라며 “좋은 땅이 있다고 손님한테 사정해도 반응은 썰렁한 데 임야 규제가 풀린듯 무슨 도움이 되겠냐”고 반문했다.

논밭 등이 많이 풀린 일부 지역에서는 거래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도 약간씩 감지됐다. 최근 점차 인기를 얻고 있는 주말농장 수요 때문이다. 김포공항 뒷쪽 전답 일대의 거래허가가 풀린 강서구 일부 지역 공인중개사무소엔 토지 매입을 문의하는 투자자의 상담전화가 걸려 오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실제 거래로 이어지는 경우는 전무한 실정이다. 강서구 C공인 관계자는 “정부의 거래허가해제 발표 직후 주말농장지를 매입하려는 문의전화가 1∼2통 가량 걸려 오고 있지만 모두가 문의에 그칠뿐 투자의 뜻을 밝힌 상담자는 한사람도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린벨트 해제 등 후속조치가 있기 전에 실제 거래는 기대하지 않는 눈치다. 방이동 일대 자연녹지가 대거 풀린 송파구 소재 공인중개사 홍 모씨는 “토지거래 허가만 풀렸을뿐 각종 규제가 여전히 남아있는 상태여서 땅거래에 관심 갖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팀 전문위원은 “토지거래 허가구역은 일종의 ‘토지시장 판 DTI’로써 주택시장의 경우처럼 진입 자체를 막는 효과가 있다”며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된 토지시장에서 이번 거래허가구역 해제는 거래에 숨통을 틔우는 정도일뿐 토지시장 활성화에 큰 도움은 되지 않을 것 같다”고 평가 절하했다.

factis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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