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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크엔드] ‘부어라 마셔라’ 는 옛말…요즘 회식은 볼링 · 문화생활로
성희롱 원천봉쇄”…확 달라진 회식문화
롯데백화점 온라인사업부는 최근 부원끼리 최신 영화 ‘위대한 개츠비’를 봤다. 회식이라는 ‘명목’이지만, 소주와 맥주를 섞어 마시는 일은 언감생심이다. 신세대 사원 중심으로 술자리 배격(?)의 분위기가 뚜렷해서다. 주요 대기업은 1년 전부터 이런 경향이 자리잡았다. 최근엔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국제적 망신을 산 성추행 사건으로 ‘사건ㆍ사고’의 개연성이 높은 술자리 회식은 자취를 감춘 상황이다.

백화점 관계자는 “여직원들이 많은 회사 특성이기도 하지만 요즘 술자리는 1차에서 한 가지 주종(酒種)으로 9시까지 마시자는 ‘119’도 설 자리가 없다”며 “삼겹살에 소주로 1차를 하고 노래방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기업 회식 문화가 대변혁 중이다. ‘부어라 마셔라’는 고참 부장을 중심으로 한 ‘쉰세대’ 주당만이 추억을 곱씹을 정도다. 과거 ‘과음형’ 회식은 업무에 지장을 줄 뿐만 아니라 성추행ㆍ폭력으로 얼룩지기 일쑤여서 직장 문화 정화 차원에서 금기시되고 있다. ‘술자리 회식=소통’이라는 등식도 깨진 지 오래라는 진단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요샌 카카오톡이나 e-메일 등 직원과 소통할 수 있는 수단이 많아져 회식의 필요성 자체가 줄었다”고 했다.

일부 대기업은 오너가 직접 나서거나 그룹 차원에서 절주 캠페인을 지난해부터 펼친 덕분에 회식은 문화 생활에 자리를 내어주고 있다.

삼성그룹은 회식에서 술이 메인이 아니다. 함께 대화하고 즐기는 형식의 회식이 전 계열사에서 크게 늘고 있다. 일주일에 2~3차례 술잔을 기울이던 때는 지났다. 월 1회 수준으로 모이다 보니 매번 특정 주제를 정해 의견을 나눈다. 10여명 이상 모여봐야 대화하기도 힘들기 때문에 다른 팀이라도 5~10명씩 조를 짜서 회식을 한다.

회식 아이템도 ‘극장, 뮤지컬 관람 후 저녁식사’ ‘보드게임 하면서 식사’ 같은 수준에서부터 식당을 빌려 ‘칭찬합시다’ 같은 코너를 진행하는 파티형 회식이 호응을 얻고 있다. 관심 있는 직원끼리 요리학원에 가기도 한다. 요리를 배우고 거기서 만들어진 음식을 식당에서 함께 즐긴다. 실내 암벽등반이나 볼링을 즐기기도 한다.

모 그룹 관계자는 “과거 술자리 탓에 여직원 성희롱 등 사건이 많아 자연스럽게 회식 문화가 달라진 이유도 있다”며 “낡고 술 취하는 타입의 회식엔 여성 직원을 중심으로 지원하지 않겠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과거 회식문화는 수직적인 사내문화, 유연하지 않은 문화 등을 만드는 데 일조했다는 지적이 많았다”며 “삼겹살에 ‘소맥’ 말아먹는 회식에 남아있으려는 직원 자체가 없다”고 전했다.

금호그룹에도 퇴근 후 운동이나 학원 등 개별 사생활을 중시하는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경영진이 나서서 회식문화 바로잡기에 힘쓴 이후 일선 현장에서도 회식 대신 자기계발에 투자하는 시간이 늘었다”고 전했다. 앞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지난해 그룹 차원에서 절주 캠페인을 선언한 바 있다.

홍성원­­­ㆍ홍승완ㆍ김상수 기자/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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