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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조세피난처 재산 은닉 꿈도 못꾸게 해야
인터넷 언론 ‘뉴스타파’가 한국인 245명이 조세피난처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서류상 존재하는 가상회사)를 세웠다며 그 가운데 5명의 실명을 공개, 파문이 커지고 있다. 명단에는 이수영 OCI 회장 부부, 조중건 전 대한항공 부회장 부인, 조욱래 DSDL 부자 등 국내 굴지의 기업 오너와 그 가족이 포함돼 있다. 이수영 회장은 얼마전까지 경영자총연합회(경총) 회장을 지낸 재계 원로라 더욱 충격적이다. 뉴스타파는 ‘이름을 대면 알 만한’ 재벌 총수와 사회지도층 인사의 명단을 지속적으로 공개하겠다고 밝혀 사회적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하거나 계좌를 보유했다고 모두 불법은 아니다. 해외거래가 많거나 역외투자를 하는 국내 대기업은 설립과 청산이 간편한 페이퍼컴퍼니를 대부분 두고 있다. 20대 그룹이 신고한 것만 해도 650개가량 된다. 특히 해운회사는 용선 계약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설립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조세피난처를 보는 사회적 시선은 곱지 않다. 이를 재산을 빼돌리거나 비자금 조성, 탈세의 수단으로 악용해온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 국세청에 적발된 역외탈세 규모만 해도 지난해 8258억원에 달했으며, 매년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라고 한다. 하지만 드러난 것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세무당국에 신고된 18조원의 해외 금융계좌 가운데 이번에 문제가 된 버진아일랜드에는 금융계좌가 하나도 없었다. 또 한 해외 비정부기구는 850조원이 넘는 한국인 재산이 세계 각지의 조세피난처에 가 있으며, 이는 중국ㆍ러시아에 이어 세계 3위 수준이라고 추정하기도 했다. 부유층 사이에 역외로 돈을 숨기는 게 얼마나 관행화해 있고,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는지 대략 짐작은 간다.

역외탈세는 꼬박꼬박 세금을 내는 선량한 대다수 국민에게 박탈감을 줄 뿐 아니라 국가재정에도 막대한 손실을 초래한다. 특히 조세피난처를 활용한 편법적인 부의 대물림은 반사회적 범죄행위다. 우선 세무당국은 이번에 공개된 자료에 대한 사실 여부를 철저히 파악해 불법이 확인되면 그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 필요하다면 사회정의를 세우는 차원에서 검찰 수사와 형사적 책임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해외 재산 은닉과 탈세는 꿈도 꿀 수 없도록 관련법과 국제 공조를 더욱 강화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대기업을 포함한 오너 기업인이 각성하고 윤리경영에 더욱 매진하길 바란다. 이런 일이 자꾸 반복되니 우리 사회에 반기업정서가 확산되고 경제민주화 논란이 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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