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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팬들 있으매…KPGA의 ‘뒤늦은 깨달음’
프로암대회때 동반아마추어 조언카드 서비스 ‘부흥 프로젝트’ 큰 호응…스타 부재·협회 내홍·대회수 급감 침체 딛고 부활의 샷
지난 15일 제주 핀크스GC에서 열린 SK텔레콤 오픈 프로암대회. 예전 같았으면 라운드가 끝나고 프로와 아마추어 골퍼들이 간단한 악수만 나눈 채 싱겁게 헤어졌을 풍경이 올해는 좀 달라졌다. 프로골퍼들이 대회 운영본부에 삼삼오오 모여 북적댔다. 바로 함께 라운딩한 동반자들에게 18홀을 돌며 느꼈던 팁과 조언들을 감사카드에 담기 위해서다.

이런 일이 익숙지 않은 선수들은 처음에 어색해하는 모습이었지만 곧 ‘영양가 높은’ 조언들을 깨알같이 써내려갔다. “○○님, 샷도 좋고 거리도 잘 나가는데 상체에 너무 많은 힘이 들어가네요. 골프는 팔의 ‘원 운동’과 하체의 ‘축 운동’입니다. 원에 40의 힘을 준다면 축에는 60의 힘을 줘야 합니다.” 반응은 뜨거웠다. 동반 프로골퍼에게 예상치 못한 감사카드를 받은 아마추어 골퍼들은 감동의 탄성을 내지르며 카드를 꼼꼼히 읽어 내려갔다.

바로 한국프로골프협회(KPGA)가 침체된 투어를 활성화하기 위해 올 시즌 내놓은 ‘부흥 프로젝트’ 중 하나다. 프로암은 대회 운영의 중요한 행사 중 하나다. 하지만 사실 남자대회 프로암은 큰 인기가 없었다. 프로 1명과 아마골퍼 3명이 한 조를 이뤄 5시간여 동반플레이를 한다지만 프로 따로, 아마 따로였다. 대개 타이틀스폰서의 VIP 초청 고객인 아마골퍼들은 남자 프로들의 호쾌한 장타를 보는 맛도 좋지만, 그보다는 거리도 비슷하고 부드럽게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는 여자 프로와의 동반플레이를 더 선호했다. 여자 대회가 높은 인기 속에 갈수록 대회 수를 늘릴 수 있는 이유다. 올해 KLPGA 투어는 25개 대회가 열리는 데 비해 KPGA는 14개 대회에 불과하다. 지난해 상금으로만 1억원 이상을 버는 여자 프로들이 33명인 데 비해 남자는 절반 수준인 17명에 그쳤다. 위기감이 피부로 느껴진다.

 
국내 남자골프에도 서서히 봄이 오고 있다. 스타 부재와 협회의 내홍, 대회 수 급감 등의 침체기를 딛고 남자골프가 올 시즌 다양한 부흥 프로젝트와 호재를 통해 힘찬 부활의 시동을 걸고 있다.

하지만 SK텔레콤 오픈부터 변화의 기운이 감지되기 시작했다. 남자 프로들의 달라진 태도에 하성민 SK텔레콤 대표는 황성하 KPGA 회장에게 “프로암대회 분위기가 정말 좋았다”며 특별히 감사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동반플레이어에게 줄 카드에 빼곡하게 조언을 남긴 베테랑 강욱순(47ㆍ타이틀리스트) KPGA 부회장은 “우리가 노력을 많이 해야 한다. 젊은 선수들도 위기를 느끼고 매우 적극적으로 팬들에게 다가서기 시작했다”며 “좋은 경기와 다양한 팬서비스를 통해 남자골프도 곧 예전의 인기를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SK텔레콤 오픈에서 준우승한 강욱순은 부흥 프로젝트에 따라 추첨으로 선정된 갤러리와 조만간 핀크스GC에서 라운딩도 가질 예정이다.

호재는 또 있다. 2008, 2009년 코리안투어 상금왕 배상문(27ㆍ캘러웨이)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바이런 넬슨 챔피언십에서 최경주(43ㆍSK텔레콤), 양용은(41ㆍKB금융)에 이어 한국인으로는 세 번째 우승을 일구면서 국내 남자골프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박호윤 KPGA 국장은 “10여년 전 박세리가 LPGA에서 맹활약하면서 국내 여자골프가 엄청난 인기와 발전을 이뤘다”며 “배상문의 우승이 그때의 열기만큼은 안 될지 몰라도 국내 남자골프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다시 뛰는 KPGA’라는 슬로건처럼 한국 남자골프가 다시 힘찬 시동을 걸고 성공적인 부활 레이스를 펼칠지 관심이 쏠린다.

조범자 기자/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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