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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해보전용 아니라면서…” 개성공단 입주기업, ‘실태 신고서’ 제출 요구에 원성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왔는데…”

20일 여의도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진행된 ‘개성공단 피해실태 조사서 작성 설명회’를 마치고 돌아가는 개성공단 입주기업 관계자들의 발걸음은 무거워보였다. 설명회에 참석한 한 입주기업 관계자는 “오늘 내일 하는 기업들에게 정부가 자기들 일까지 떠맡기면 어쩌자는 거냐”며 하소연했다.

정부는 이달 초 개성공단 입주기업 피해파악을 위해 기업들에게 피해실태 조사서를 제출해 줄 것을 요구했다. 통일부가 배포한 실태신고서를 각 기업이 작성해서 제출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5월 하순에 접어드는 현재, 신고서를 제출한 기업은 입주기업과 서비스 업체를 포함한 296개사 중 59곳에 불과하다. 대다수의 입주기업들이 피해 규모를 파악하고 관련 증빙서류를 첨부하는 등의 신고서 작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입주기업들이 신고서 작성 시 미 반입 원부자재 및 완재품을 비롯해 각종 미수금 등을 증빙하기 위해 준비해야하는 서류만 30가지가 넘는다. 어마어마한 분량은 말할 것도 없다. 일례로, 신고서가 기입요구하고 있는 2012년 총 반출ㆍ반입액의 경우 1년치 증빙서류는 박스 몇개에 담아야 할 정도다. 입주기업들은 이 같은 현장의 상황을 모르는 정부의 안일한 태도에 불만을 감추지 못했다. 한 관계자는 “2013년 1~3월 치만 증빙서류를 준비해봤는데 그것만 해도 한 박스가 나왔다. 1년 치 증빙서류를 다 준비하라는 것은 사실상 무리다”고 밝혔다.

이날 설명회는 입주기업들이 신고서 작성 시에 겪고 있는 어려움을 돕기 위해 정부가 마련한 자리였다. 속히 피해실태를 파악해야 대책논의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 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설명회를 찾는 입주기업 관계자들은 결국 “왜 우리가 이렇게까지 해야하냐”며 원성을 높였다. 정부당국이 이번 실태 조사는 추후의 피해보전과는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다.

한 입주기업 관계자는 “취지를 제대로 설명을 해줬어야 했다. 다들 신고서를 잘못 작성하면 추후 피해를 제대로 보전받지 못할까봐 불안해하고 긴장한 상태다”며 “기업들 상황을 안다면 피해조사 한다고 이렇게까지 (정부가) 부담을 지우지 않을 것”이라고 호소했다.

설명회를 마치고 나온 또 다른 참석자는 답답한듯 담배를 물고 한숨같은 연기를 내뿜으며 “피해보전도 아니라는데 왜 그렇게 (신고서 작성에) 매달렸는지…(모르겠다)”고 말했다. 한동안 정부에 대한 불만과 서운함을 쏟아낸 그는 허탈한 표정으로 건물을 떠났다. 설명회에서 받은 실태 신고서 작성요령 서류를 조심스럽게 챙겨들고서다. 정부에겐 행정용ㆍ절차용 서류들일지라도 개성공단 입주기업에게는 간절함이다.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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