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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슨 일만 터지만 ‘XXX법’봇물... 과잉입법 논란
[헤럴드경제=백웅기 기자] 남양유업 대리점 사태를 계기로 ‘갑을관계’ 청산을 골자로 하는 국회의 입법안이 유행이 됐다. ‘남양유업 방지법’, ‘대리점법’ 등으로 불리는 법안이 하루에도 몇개 씩 발의되고 있다.

그러나 유행에 편승해 급하게 만들다보니 다른 법안과의 형평성, 법 적용에 따른 부작용 등 관련 논의와 검토가 충분이 이뤄지지 않은 것들이 대부분이라는 지적과 비판도 나오고 있다.

심상정 진보정의당 의원은 지난 15일 ‘대리점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발의했다. 기존 공정거래법만으로는 실효적 규제가 되지 않고 있으니, 대리점 불공정 거래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별도의 법이 필요하다는게 발의 배경이다.

같은 날 조원진 새누리당 의원도 대규모 유통업자로부터 납품업자를 보호하기 위해 판매장려금의 범위를 정하도록 하는 내용의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종걸 민주당 의원도 또다른 ‘대리점법’ 발의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을’을 보호하기 위한 소위 ‘남양유업 방지법’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유행가처럼 쏟아지는 발의안 홍수를 썩 곱지않은 눈으로 바라봤다. 어떤 사회 문제가 이슈가 되면, 법률을 만들어 고치면 된다는 ’법률 만능주의’에 대한 비판이다.

실제 국회 내부에서도 이 같은 논쟁이 뜨겁다. 대리점의 불공정 거래 관행에 대해 소위 ‘남양유업 방지법’이라는 새 법으로 제한하려는 움직임에 이종훈 새누리당 의원은 “갑을관계는 대리점에만 있는 게 아니라 아주 폭넓게 존재하기에 (법은) 좀 더 포괄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제가 있다고 새 법을 만들기 보다는, 기존에 있는 공정거래법을 일부 수정하는 것이 법률 체계 면에서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남양유업 사태의 피해자이자 당사자인 대리점주들 일부도 이 같은 지적에 공감하는 모습이다. 상법이나 공정거래법이 있음에도, 그 빈 틈을 노려 생긴 만큼, 새 법을 만들기 보다는 기존 법의 문제를 보완하고, 또 공정거래위원회 행정공백을 문제삼아야 하는 것이다.

실제 이 같은 과잉입법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특히 ‘경제민주화’가 이슈가 된 19대 국회에서 이 같은 문제는 더욱 심해졌다. 성폭행 사고가 발생하면 피해자의 이름을 딴 ‘무슨무슨 법’이 만들어지고, 유독 물질 유출 사고가 발생하면 몇일 만에 10여개의 ‘유해화학물질관리법’이 쏟아진다.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진 법 대부분은 결국 쓰래기통으로 직행하고 만다. 19대 국회가 발의한 의원입법은 앞선 국회보다 20%이상 많은 4300건을 넘었지만 통과 비율은 채 10%에도 못미치고 있는 것은 ‘과잉, 유행 입법’의 단적인 모습이다.

kgu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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