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기억과 해석의 차이에서 비롯된 ‘오해’ 에 주목하다..천경우 ‘해석자들’
[헤럴드경제=이영란 선임기자]흰 무명저고리를 입은 조선의 여인이 핀트가 흔들린 듯한 사진 속에서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도대체 왜 이렇게 촛점이 안맞은 걸까? 이것은 의도한 것일까, 아닐까?
이 작품은 한국과 유럽을 오가며 활동해온 천경우(44.중앙대 사진학과 교수)의 신작 ‘해석자들(Interpreters)’이란 작품이다.

천경우는 한국에 사진이 처음으로 도입되었던 100여년 전의 초상사진을 구해, 독일 브레멘에 거주하는 유럽 화가 10명에게 전했다. 그리곤 사진 속 인물을 그리도록 했다. 그림이 완성되자 작가는 그들의 초상화 10점을 연속적으로 촬영해 ‘해석자들’이란 작품을 완성했다.

이에따라 최초의 사진 속 인물과 100년 전 그를 찍었던 사진가, 유럽의 화가, 그리고 천경우. 이렇게 네 사람의 조우는 100년이라는 시간을 가로지르며 하나의 사진 이미지로 귀결됐다. 네 명의 사람은 저마다 자신이 속한 문화적, 경험적 지평에 따라 이미지를 해석하고, 그 의미를 탐구했을 것이다. 100년을 관통하며 한장의 사진을 둘러싸고, 결국 많은 오해가 발생하고 말았다. 


이렇듯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해 ‘인간과 세계’에 대해 질문을 던져온 천경우는 이번 ‘해석자들(Interpreters)’에서 인간의 기억과 해석의 차이에서 오는 오해에 주목했다. 작가는 질문한다. 오해는 꼭 그릇된 것이냐고. 만일 그 오해가 문화적, 경험적 차이로 인해 발생한 ‘해석의 다양성’이라면 그 수만큼, 세계가 확장된 것이 아니냐고.
아울러 이런 과정을 통해 완성된 천경우의 작품을 서울의 전시장에서 맞닥뜨린 관객은 또다시 자기 나름의 의미를 부여하며 어쩌면 또다른 오해를 하게 될지도 모른다. 바로 기억과 해석의 차이에서 비롯된 오해야말로 우리가 그 가능성을 열어두고, 주목하고 수용해야 할 것이 아니냐고 작가는 묻고 있다.

여러 문화권에 사는 각계계층의 인물과 협업해온 천경우는 신작 시리즈 ‘해석자들’ 외에, ‘세바스티안(Sebastian)’과 ‘동시에(Simultan)’ 등 3개의 사진 연작을 서울 종로구 평창동의 갤러리 가인에서 열리는 개인전에 내걸었다. 또 ‘17개의 순간들(Seventeen Moments)’이라는 비디오 설치작품도 선보이고 있다.
전시기간 중인 24일 오후 3시에는 아티스크 토크도 열린다. 전시는 5월 31일까지. 02-394-3631.

yrle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