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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정희 이승만 이병철 찬양일색…시인협회 기획시집 논란
근대사 인물이 남긴 빛과 그늘 살펴보자는 취지 무색…젊은 시인 탈퇴 움직임도



[헤럴드 생생뉴스]시인협회가 왜이러나.

한국시인협회(이하 협회)가 창립 56주년을 맞아 펴낸 시집 ‘사람-시로 읽는 한국 근대인물사’(민음사 펴냄)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이 책의 서문에 쓰인 “근대사의 주요 인물들이 남긴 빛과 그늘을 문학의 눈으로 살펴보자”는 의도와 달리, 논란의 여지가 다분하고 역사적 평가가 끝나지 않은 특정 인사의 공로만을 치켜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다수 시인들의 의사를 수렴하는 절차도 없이 시인협회라는 이름으로 출간했다는 점에서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국시인협회는 13일 근대 인물 112명에 대해 시인 112명이 한 편씩 시를 쓴 시집 ‘사람’을 출간하고 간담회를 열었다. 신달자 회장은 “각계에서 대한민국의 역사를 만들어온 인물들을 뽑아냈다”며 “칭송받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고 역사의 평가를 받지 못하는 사람도 있는데, 한 인물의 빛과 그늘을 말하려 했다”고 밝혔다.

근대 인물 112명에는 공과가 뚜렷이 엇갈리는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롯해 이병철 정주영 재계 창업자도 포함됐다.

이태수 시인이 쓴 시 ‘박정희’에는 ‘‘5ㆍ16 쿠데타와 유신 독재가 없었다면 / 민족중흥과 경제 발전은 과연 어떻게 됐을는지요. / 국민이 가장 존경하는 대통령-, / 누가 뭐래도 당신은 빛나는 전설, 꺼지지 않는 횃불입니다’로 마무리된다.

이길원 시인은 시 ‘이승만’에서 ‘진보라는 가면을 쓴 붉은 얼굴들이 마음껏 설치는/ 넘치고 넘친 자유가 오히려 불안한/ 오늘/ 6ㆍ25가 통일 전쟁이라는 그들의 말처럼/ 만에 하나라도 이 나라 붉게 물들었다면/ 나의 손자 우리의 손녀들이/ 이렇게 맑은 웃음 날릴 수 있었을까’라고 썼다.

장석주 시인의 시 ‘이병철’은 ‘차라리 혁명은 가난한 역사 속에서 솟구치는 것이다./ 가업(家業)은 창업 한 세기를 채우기도 전에/ 세계 기업사의 기적으로 우뚝 솟았다.’라고 삼성 창업주의 위업을 추켜세우면서도 과(過)는 거론하지 않았다.

개별 작품이 씌어진 후 시인협회 차원의 감수 과정은 따로 없었다. 신 회장은 “시를 쓰는 과정에서 논란의 인물을 지나치게 감싸 안았다고 해서 시를 없애거나 고치게 하지는 않았다”면서 “시는 전적으로 시인에게 맡겼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일부 젊은 시인들은 시인협회 탈퇴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논란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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