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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리뷰 - 크루즈 패밀리> 오늘날과 다르지 않은 세대갈등…지킬 것인가, 아니면 변할 것인가
아빠는 말한다. “호기심은 죄악이다.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과 규칙에 대한 경외, 그리고 똘똘 뭉친 가족이 우리의 생명을 죽음과 위험으로부터 지킬 것이다.”

모험심 강한 어린 딸은 생각한다. “죽음을 면하려는 규칙뿐인 삶, 그게 사는 거야?”

미지의 세계로부터 낯선 소년이 찾아온다. 소년은 이야기한다. “오늘보다 나은 저 너머의 땅, 태양이 있는 내일을 향해 가야 돼요.”

딸은 소년에게 끌린다.

할리우드 영화사 드림웍스의 새 애니메이션 ‘크루즈 패밀리’(감독 커크 드 미코ㆍ크리스 샌더스)는 땅이 솟고, 물이 갈라지는 선사시대를 배경으로 한 원시인 가족의 좌충우돌 모험담을 그린 영화다. 상상력으로 창조한 신비로운 원시 동물들이 뛰놀고, 지각이 변동하는 자연은 웅장하고 화려하며, 박진감 넘치는 액션과 우스꽝스러운 코미디가 어우러진 3D영화로, 어린이와 청소년 관객들이 좋아할 만한 가족용 애니메이션이지만, 매우 현대적인 이야기를 담아내 성인들에게 많은 생각을 던져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가장인 ‘그루그’(목소리 연기 니콜라스 케이지 분)가 이끄는 크루즈 가족. 한발만 나서면 굶주린 맹수들이 이빨을 드러내고 발톱을 세워 달려들며, 목숨을 걸고 며칠을 달리고 굴러야 고깃조각이라도 하나 얻을 수 있는 야생의 시대. 그루그는 “새로운 것은 곧 죽음”이라고 가르치는 아빠이며 남편이고 아들이다. 하지만 딸 ‘이프’(에마 스톤 분)는 아빠 말이 지겹고, 벼랑 저 너머의 세상이 너무 궁금한 소녀다. 어느 날 아빠 몰래 동굴 밖으로 나온 ‘이프’에게 낯선 소년 ‘가이’(라이언 레이놀스 분)가 찾아온다. 이프는 생전 처음 보는 불을 자유자재로 다루고, 거친 땅을 견딜 수 있는 신발을 신고 있으며, 소라 고둥으로 멀리서 신호를 보내는 ‘신문물’의 소유자. 이프는 가이가 들려주는 이야기와 가이가 부리는 ‘마술’에 빠져든다. 가이는 크루즈 가족에게 곧 세상이 무너질 것이며, 저 멀리 태양이 있는 내일로 가야 한다고 말하고, 가장 그루그는 “동굴을 찾아 숨어야 한다”고 말한다. 눈만 뜨면 산이 붕괴하고 땅이 흔들리는 시절, 크루즈 가족은 살기 위해 결단을 해야 한다. 


지킬 것인가, 변화할 것인가. 멈출 것인가, 나아갈 것인가. ‘동굴’로 상징되는 아빠의 세계는 보수적인 구세대의 가치관을 대표하며, ‘내일’을 내세우는 가이와 이프는 새로운 변화를 갈구하는 신세대의 도전정신을 의미한다. ‘크루즈 패밀리’는 오늘날과 다르지 않은 세대 갈등 및 가치관의 충돌과 신기술이 변화시키는 가족관계를 보여준다. 가치관의 충돌을 ‘이야기(스토리텔링)의 싸움’으로 보여주는 대목도 흥미로운데, 극중 그루그는 늘 주인공이 새로운 것을 좇다가 죽는다는 이야기를 가족한테 들려주는 반면, 가이는 더 너른 세상에서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맞는 결말을 말해준다. 크루즈 가족들은 처음에는 아빠의 말을 귀담아 듣지만, 점차 가이의 이야기에 매료된다.

그루그와 이프를 비롯한 크루즈의 가족들은 처음에는 네 발을 같이 사용하다가 극이 진행될수록 점차 완전한 직립에 이르게 된다. 여느 할리우드 애니메이션과 달리 여주인공 이프가 금발에 잘 빠진 몸매, 황금비율의 이목구비로 묘사되지 않고, 큰 덩치와 강한 힘, 덥수룩한 머릿결을 가진 소녀로 그려진 점도 돋보인다. 16일 개봉. 전체관람가.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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