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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벽 3시, 대리기사들이 강남에 모인 이유는?
[헤럴드경제=서상범ㆍ신동윤 기자]14일 새벽 3시. 서울 강남구 신논현역 1번 출구 앞에 중년 남성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저마다 손에는 핸즈프리가 설치된 스마트폰을 쥐고 있었다. 이들의 정체는 바로 대리기사들이었다.

이들이 모인 신논현역은 수도권 각지로 대리운전 기사들을 실어 나르는 셔틀의 허브이다. 이곳에 셔틀 봉고차가 도착하면 기사들은 바로 올라타고 각지로 일하러 떠난다.

하지만 평소 같았으면 봉고차에 뛰어올랐을 사람들은 민중가요가 흘러나오는 천막 앞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잠시후 “대리기사들을 핍박하는 로지시스템과 대리업체를 박살내자!”라는 구호가 나오자 백여명의 대리운전 기사들은 일제히 “박살내자!”라고 소리치며 호응했다.

집회의 정체는 ‘로지(시스템)타도 대리기사 투쟁본부’(투쟁본부)의 출정식이었다. 로지시스템은 대리업체가 대리기사들에게 업무를 부여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한 회사다.

자리에 모인 대리기사들은 로지시스템에 대해 ▷변칙적인 수수료 인상 행위인 ‘업소비’ 철폐 ▷자의적인 배차제한 철폐 ▷악의적인 패널티 관행 폐지▷삼중 보험을 야기하는 프로그램 쪼개기 금지를 촉구했다.

투쟁본부에 따르면 손님이 술집 등을 통해 대리기사를 부를 경우, 1만5000원~2만원인 대리요금에서 5000원의 금액이 ‘업소비’라는 명목으로 해당 술집에 돌아간다. 일종의 리베이트인 업소비를 대리기사들이 고스란히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리기사들은 업소비가 포함된 콜을 거부하는 경우, 로지시스템 측이 배차 제한을 통해 아예 콜을 받지 못하게 방해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프로그램사인 로지시스템과 대리운전 업체연합이 사납금(콜수수료 20~25%), 프로그램 사용료, 대리운전보험료, 벌금(패널티) 등을 대리기사 주머니에서 꼬박꼬박 가져가는 상황에서 업소영업비란 명목으로 대리기사들의 주머니를 털고 있다고 비판했다.

수원에서 대리기사로 활동 중이라는 김모(38) 씨는 “업소비라는 관행이 현재 서울 강남 일대에서 성행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악습이 수도권 전체, 나아가 전국으로 퍼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참여가 꼭 필요하다”고 집회 참여 이유를 밝혔다.

현장에 모인 다른 대리기사들은 자신이 대리기사로 활동하면서 업체로 부터 겪은 부당한 대우에 대해서 털어놓았다. 정모(50) 씨는 “콜센터로 부터 부당한 처우를 받더라도 절대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서는 안된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배차정지를 당할 수 있다”며 불만을 털어냈다.

또 박모(51) 씨는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은 진상손님 때문이 아니다. 기사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20%가 넘는 과도한 수수료를 부과하고 이에 더해 업소비라는 명목으로 수수료를 인상시키려하는 시스템에 있다”며 제도의 개선을 요구했다.

투쟁본부 측은 향후 로지소프트측에 업소비 철회를 요구하는 한편 서명운동을 통해 국토교통부에 대리기사와 대리업체 사업자가 함께 참여하는 분쟁조정위원회를 설치할 것을 요구할 예정이다.

tig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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