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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 윤재섭> 부적절한 관계와 부적절한 행동의 차이
북한의 조선중앙통신도 이번 사건을 “국제적인 망신거리”로 비아냥거림을 내놓았다고 한다. 이참에 청와대의 위기관리능력 부재를 통감하고, 관리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수용할 필요가 있다.



의학계에는 진화심리학이란 이론이 있다. 남자는 자신이 임신을 할 수 없으므로 종족번식의 본능으로 인해 여러 여자와의 관계를 갖기를 원한다는 이론도 그 중에 하나다. 자칫 남성의 혼외정사를 합리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여성인권론자들의 비판을 면치 못하는 이론이지만, 남성이 여성보다 훨씬 더 성적으로 충동적인 것만은 부인할 수 없는 진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혼외정사를 의미하는 ‘부적절한 관계’라도 관용이 있기 마련이다. 행위자가 스스로 잘못을 뉘우치고, 진정성 있게 용서를 구한다면 배우자에게는 물론 대중으로부터 면죄부를 받을 수 있다. 아예 없던 일처럼 잊히기도 한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좋은 예다. 1998년 당시 클린턴 미 대통령과 백악관 인턴직원 모니카 르윈스키 간에 성추문이 드러나면서 클린턴은 궁지에 몰렸다. 백악관 집무실에서 벌어졌던 섹스스캔들은 ‘지퍼 게이트’로 입방아에 올랐다. 대통령은 탄핵 일보 직전까지 몰렸고, 민주당은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었다. 결국 유력한 차기 대통령으로 거론됐던 앨 고어 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2000년 대선에서 고배를 마셔야 했다. 하지만 클린턴의 정치생명은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임기까지 무사히 대통령을 마쳤고, 미국의 경제부흥을 이끈 훌륭한 리더로 평가받았다. 은퇴 후에는 대선 후보가 된 아내의 유세장에 나가 정치역량을 과시했고, 지금도 전 세계 유명포럼에 초청인사로 참여하는 등 그의 인생은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이유는 하나다. 비록 그 역시 진실을 인정하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렸지만 뒤늦게나마 깨끗이 인정하고 국민 앞에 용서를 구한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수행단 일원이었던 청와대 대변인 윤창중 씨의 부적절한 행동이 지난 주말 내내 여론의 도마위에 올랐다. 부적절한 관계 축에도 끼지 못하는, 말 그대로 부적절한 행동, 경솔한 행동이었지만 여론은 공인인 그가 보여준 일련의 행보에 실망과 분노를 금치 못하고 있다. 윤 씨가 기자회견까지 자청해 성추행 사실이 없다고 적극 해명에 나섰지만 전후 사정을 감안하면 온통 모순투성이인 까닭이다. 격려 차원에서 워싱턴 주미 한국대사관 인턴 여사원의 허리 부분을 그냥 몇 번 찔렀을 뿐인데, 대통령의 입이 되고 귀가 돼야 할 막중한 임무를 지고 있는 청와대 대변인이, 그것도 국가 대사가 한창인 외교현장에서 벗어나 도망치듯 혈혈단신 귀국행 비행기에 올랐다는 건 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걸까. 문제의 사단을 일으키고, 국가적인 망신을 자초한 것도 모자라 그는 자신의 귀국이 이남기 청와대 홍보수석의 종용에 의한 것이었다고 주장해 진실공방까지 야기했다. 박근혜정부의 첫 방미외교 평가가 한창이어야 할 지금, 청와대는 윤 씨의 성추행을 둘러싼 진실공방에 매달려야 할 상황에 놓인 셈이다.

북한의 조선중앙통신도 이번 사건을 “국제적인 망신거리”로 비아냥거림을 내놓았다고 한다. 기분은 상하지만 누가 뭐래도 달게 받을 비판이다. 이참에 청와대의 위기관리능력 부재를 통감하고, 관리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수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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