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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크엔드] F1 한팀당 1년 운영비 4000억…연 6억명 시청 노출효과는 ‘천문학적’
온·오프로드·드래그등 경기종류만 수십가지
128개국 생중계…세계 3대 스포츠 각광

투자자금 99% 기업서 충당…글로벌 마케팅열전
“4년간 공식 후원땐 연간 수천만달러 광고효과”



인간이 만들어낸 가장 본능적인 스포츠. 처음부터 끝까지 가장 상업적인 스포츠. 모터스포츠를 설명하는 말들이다.

모터스포츠의 원조는 로마시대 구름 관중을 끌고 다녔던 2륜전차 경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자동차를 만들어낸 제조자들은 마차를 대신하는 이 값비싼 발명품을 실용적인 탈것으로 인정받기 위해 경쟁자보다 뛰어난 성능을 입증해야 했다. 가장 좋은 마케팅 방법은 경주로 승부를 겨루는 것. 그리고 사람들은 로마의 향수 속에 이 새로운 스포츠에 쉽게 빠져들었다.

▶F1부터 르망24까지 모터스포츠 천의 얼굴=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많은 인기를 누리지 못하고 있지만 모터스포츠는 종류가 수십 가지에 달한다. 매 주말만 되면 전 세계 각지에서 자동차 경주가 수백 차례나 치러진다. 모터스포츠의 종류는 단거리 스피드 경기가 있는가 하면, 마라톤처럼 긴 시간을 달리는 내구 레이스도 있다.

모터스포츠는 인간과 자동차의 한계를 동시에 측정하는 스포츠라고들 한다. 자동차가 순간의 스피드 혹은 내구성을 테스트받는다면 인간은 수십 시간 동안 엄청난 스피드를 감당할 수 있는 체력과 신체반응속도, 판단력 등이 요구된다. 엄격한 자기관리와 노력, 재정적 투자가 없이는 불가능한 스포츠다. 사진은 지난 2010년 프랑스 르망에서 열린 르망24시의 한 장면.   윤정식 기자/yjs@heraldcorp.com

일단 경기가 펼쳐지는 장소에 따라 폐쇄된 포장도로를 달리는 온로드(On road) 경기와 비포장도로를 포함한 일반도로를 달리는 오프로드(Off road)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포뮬러원(F1) 그랑프리와 미국의 나스카(NASCAR) 등은 대표적인 온로드 경주들이다. 2~6㎞ 정도의 일방통행 전용로 서킷에서 최고 시속 400㎞까지 달리는 경주다. 주로 북미에서 인기가 높은 드래그(Drag) 경주는 경주차 두 대가 동시에 출발해 직선 400m 지점에 먼저 도착하는 쪽이 승리하는 경기다. 프랑스 르망에서 매년 24번째 주말에 열리는 르망24시 경주는 토요일 오후 4시에 시작해 다음날 오후 4시까지 24시간을 꼬박 달리는 대회로 대표적인 내구 레이스다.

오프로드 경기로는 월드 랠리 챔피언십(WRC)과 다카르 랠리(Dakar Rally)가 널리 알려져 있다. 온로드 경기에 비해 속도는 빠르지 않지만 절벽 등에서 흙먼지를 일으키며 질주하는 매력이 독특하다.

▶돈 놓고 돈 먹는 非헝그리 스포츠=스포츠마케팅을 뺀 모터스포츠는 앙꼬 빠진 찐빵이다. 팀의 운영, 드라이버의 모든 움직임이 치밀한 자본주의 시스템 아래 관리된다. 돈이 있어야 빠르고, 빨라야 돈을 버는 스포츠다. 모터스포츠의 세계에선 헝그리 드라마는 존재하지 않는다.

특히 F1은 올림픽, 월드컵과 함께 세계 3대 스포츠로 각광받고 있지만 오히려 마케팅에서는 이들 두 대회를 압도한다. 4년 주기로 개최되는 월드컵과 올림픽과는 달리, F1은 매달 대륙을 넘나들며 지속적으로 개최되기 때문.

F1 한 개 팀의 1년 운영예산은 4000억원 가까이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모든 자금은 99% 기업들의 투자로 충당된다. 전 세계 128개국에 생중계되고, 약 6억명이 시청한다. 경기 과정에서 미디어 노출은 경기장 펜스, 깃발, 머신 외관, 지원트럭, 드라이버 유니폼, 팀 유니폼, 레이싱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작동하고 있다.

국내 기업으로는 LG전자가 최초로 2009년 처음 F1 글로벌 파트너로 참가해 지금껏 대회를 후원하고 있다. 김기완 LG전자 글로벌마케팅부문장 부사장은 “지난 4년간 F1 대회를 공식 후원하며 연간 수천만달러 이상의 광고 효과를 누리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빠른 놈보다 똑똑한 놈이 이겨=모터스포츠는 무조건 빠른 차를 가진 팀보다는 머리를 잘 쓰는 팀이 승리를 더 많이 거머쥔다. 레이싱팀 감독들은 경주차의 성능부터 서킷의 특징, 경기 당일의 날씨, 드라이버의 운전 습관 등 복잡한 변수를 조합해 우승을 만들어낸다. 타이어의 선택과 주유ㆍ정비 타이밍은 이들의 전략에서 핵심을 차지한다. 심지어 내구 레이스의 경우 기상상황을 보다 정확하게 분석하기 위해 경기장 주변의 인공위성까지 임대하는 팀이 있을 정도다.

머신에 휘발유를 조금 넣으면 자주 주유해야 하는 단점이 있는 대신 무게가 가벼워 더 빠른 운전이 가능하다. 경기장 노면 상태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이론상으로는 휘발유 10㎏의 무게 때문에 랩타임이 평균 약 0.3초 빨라진다.

▶한국은 모터스포츠 불모지?=국내 타이어업계는 그동안 모터스포츠가 비인기 종목이었음에도 꾸준하게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금호타이어는 1990년부터 레이싱 타이어 개발을 본격화해 92년 영국 MG 오너스 클럽 시리즈 참가를 시작으로 각종 국제 대회에 참가하며 상위권에 입상했다. 금호타이어는 2000년 대회부터 F3의 공식 타이어 공급업체로 선정되는 쾌거를 이뤘다. 이후 2002년 마스터스 F3, 2003년 신설된 F3 유로 시리즈의 공식 타이어 공급업체로서 10년 이상 활약했고 호주 F3, 이탈리아 F3 등의 공식 타이어 공급업체로도 선정됐다.

현대자동차도 올해 월드 랠리 챔피언십(WRC)을 시발점으로 매년 최대 1000억원을 모터스포츠에 투자하기로 했다. 목표는 3년 안에 정상권에 진입하고 기술력을 신차에 반영해 ‘한국산 슈퍼카’ 제작에 활용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국내 대학에서도 모터스포츠를 연구하는 학과들이 신설됐다. 지난 2002년 강원 원주시의 한라대를 시작으로 충남 보령의 아주자동차대와 경북 안동의 가톨릭상지대는 아예 모터스포츠학과가 만들어졌을 정도다. 

윤정식 기자/yj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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