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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레드카펫 ‘여신 드레스’…알고보니 패스트패션
H&M·톱숍 등 SPA 브랜드
아카데미 시상식·파티 컬렉션 등서
고가의 하이엔드 패션과 당당히 경쟁



‘레드카펫’ 위, 여배우의 화려한 드레스를 이제 누구나 입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동안 ‘오트쿠튀르(Haute Coutreㆍ소수를 위한 고급 맞춤복)’가 독차지하던 레드카펫 위를 저렴한 가격대의 SPA(제조ㆍ유통 일괄형) 브랜드가 넘보고 있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영화ㆍ가요 등 각종 문화 행사의 레드카펫 위는 가격을 책정조차 할 수 없이 비싼 오트쿠튀르 드레스의 향연이 펼쳐지던 곳이다. 샤넬ㆍ디오르ㆍ구찌ㆍ아르마니 등 세계적 브랜드는 시즌 컬렉션 중 가장 주력으로 내세울 의상을 톱여배우에게 입힌다. 그래서 레드카펫은 디자이너의 자존심 대결의 장이자, 그 어떤 런웨이보다 효과적인 홍보마케팅 수단이었다.

최근 이 자리에 오트쿠튀르와 대척점에 있는 ‘패스트패션’이 등장했다. 유니클로ㆍ톱숍ㆍ자라ㆍH&M 등 SPA 브랜드가 주도하고 있는 패스트패션은 최신 스타일의 옷을 1~2주 간격으로 신속하게 제공한다. 대량제조, 빠른 유통에 가격경쟁력까지 갖췄다. 경기불황이 지속되면서 소위 명품으로 불리는 ‘하이엔드’ 패션과 함께 세계 패션시장을 양분화하고 있기도 하다. 

‘패스트패션’이 고가의 디자이너 의상이 독차지하던 레드카펫 위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지난 2월 아카데미 시상식에 H&M 드레스를 입고 참석한 헬렌 헌터(왼쪽부터), 미셸 윌리엄스, 엄지원.                                                                  [사진제공=H&M]

주도적인 것은 H&M이다. 지난 2월 미국 LA돌비극장에서 열린 아카데미시상식에서 헬렌 헌트는 H&M의 드레스를 착용해 눈길을 끌었다. 물론 이 옷은 헌트만을 위해 제작된 것으로, 매장에 출시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고가의 하이엔드 패션과 겨뤄도 디자인ㆍ품질면에서 뒤처지지 않는다는 H&M의 자신감을 드러내기에 충분했다.

이에 앞서 나탈리 포트만 역시 2011년 아카데미수상식 기념파티장에서 H&M의 ‘컨셔스 컬렉션’ 드레스를 입은 바 있다. 이 순백의 드레스는 5만원대로 일반 매장에서도 판매해 큰 호응을 얻었다.

정해진 H&M 홍보실장은 “레드카펫 위는 하이엔드 패션의 정점을 보여주는 곳”이라며 “아름다운 옷이 반드시 고가일 필요는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좋은 예라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영국의 왕세손비 케이트 미들턴이 즐겨입는 브랜드 ‘톱숍(TOPSHOP)’은 지난 7일(한국시간) 싸이가 참석해 화제가 된 ‘멧 갈라(Met Gala)’ 행사에서 레드카펫 진출 의욕을 더욱 노골적으로 표출했다.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 열린 이 패션행사에서 ‘톱숍’은 니콜 리치 등 대표적인 할리우드 스타를 통해 다섯 벌의 레드카펫 드레스를 선보인 것.

미국의 패션 유력지는 “이날 레드카펫 위를 지나간 지방시ㆍ발렌티노ㆍ스텔라 매카트니 드레스 등과 비교해도 전혀 다른 점을 찾을 수 없었다”며 극찬했다.

국내 SPA 브랜드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SPA 브랜드는 점차 레드카펫, 파티컬렉션 등 고가 브랜드의 전유물이었던 의상을 일반매장에서도 확대 판매하는 추세”라며 “파티문화가 보편적이지 않은 국내에선 연예인을 중심으로 패스트패션 드레스가 주목받고 있다”고 전했다.

박동미 기자/pd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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