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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읽기 - 정재욱> 구성원 인성이 곧 경쟁력
기업 경영의 중심 축은 이제 도덕과 윤리로 옮겨졌고 구성원 개개인의 됨됨이가 경쟁력인 시대가 됐다. 신입사원 선발에서 스펙보다 인성을 중시하는것은 이런 기업 환경변화와 무관치 않다.




참 무서운 세상이다. 남양유업 사태의 전개 과정을 지켜보며 드는 생각이다. 아무리 본사와 대리점 사이에 갑을(甲乙)관계가 존재한다지만 일선 영업 현장이 이 정도까지인 줄은 몰랐다. 뒷골목 양아치에게서나 들음직한 험악한 욕설과 협박이 난무하고, 또 그것이 여태 통했다는 사실이 우선 그렇다.

그보다 더 무서운 것은 그 후폭풍이다. 마치 들불이 번지는 모습을 연상케 한다. 문제가 불거지자 회사 측은 즉각 해당 직원을 해고하고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시하는 등 발 빠르게 대처했다. 이전엔 그런 정도면 통했다. 적당히 언론을 관리하고, 피해자를 겁박하고 구슬리면 억울하지만 넘어갔다. 하지만 이젠 달랐다. 급기야 회사 대표가 국민 앞에 석고대죄했고, 대리점과의 생상을 위한 방안을 내놓으며 용서를 빌었다. 이 또한 거기까지였다. 싸늘히 식은 세간의 시선을 거둬들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실제 제품 불매운동은 계속 확산되는 등 상황은 계속 나빠지고 있다.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 등 검찰이 수사를 본격화한 데 이어 공정거래위원회 차원의 조사도 시작됐다. 이런 와중에 영업이 정상적으로 이뤄질 리 만무하다. 매출은 급전직하고 주가도 연일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호감을 잃은 기업의 모습은 이렇게 처참했다. 국내 최대 유업회사라지만 존립 자체를 걱정해야 할 판이다. 말단 조직원 한 사람의 분탕질에 매출 1조원의 거대 기업 운명이 흔들릴 수 있다는 이 엄중한 현실이 어찌 두렵지 않을 수 있나.

이제 사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개별 기업 차원을 넘어섰다. 식품업계 전반의 그릇된 영업 관행이 도마에 올랐고, 공정위는 이 과정에 불공정 행위가 있었는지 대대적인 조사를 벌일 태세다. 그러자 편의점 업체 등 부당한 관행이 문제시 됐던 주변 업계는 불똥이 자신들에게 튈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검찰도 불법 비위 사실이 드러나면 엄단한다니, 그 서슬에 관련 업계는 간이 녹아내릴 지경이다.

무서운 게 아니라 세상이 달라진 것이다.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을(乙)을 억압했던 어설픈 갑(甲)들은 그게 누구든 용서하지 않는 세상이 된 것이다. ‘빵 회장’ 사건에서 보듯 자칫하면 하루아침에 기업 문을 닫을 수 있다. 누구도 여기서 예외일 수 없다. 우리 사회 저변에 흐르는 도덕적 요구 수준이 그만큼 높아진 까닭이다.

마침내 정치권이 나섰다. ‘갑’의 횡포를 방지하기 위한 관련 법 개정에 착수한다는 소식이다. 뿐만이 아니다. 입점업체에 군림했던 백화점이 갑을문화 시정에 앞장서고, ‘라면 상무’ 사건으로 곤욕을 치른 포스코는 회장 주재로 전 계열사 임직원들이 모여 윤리실천을 다짐했다. 삼성 LG 등 대기업 집단도 내부 단속에 부심하고 있다.

이번 파문의 끝이 어디인지 가늠키는 어렵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기업 경영의 핵심 축은 도덕과 윤리이며 구성원 개개인의 됨됨이가 경쟁력인 시대가 됐다는 것이다. 좋은 제품과 서비스만으로 고객의 만족을 끌어내는 시대는 종언(終焉)을 고(告)하고 호감도가 경쟁력의 새 잣대인 셈이다. 최근 일부기업이 신입사원 선발 기준을 인성에 두는 것은 이런 기업 환경변화와 무관치 않다. 이렇게 사회는 또 한 걸음 진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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