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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 포럼 - 강우현> 오월의 날들, 살아있나?
관심만 있고 관계가 없다. 기념일은 많지만 일회성 행사로 그치고 만다. 역사와 전통은 매우 중요하지만, 시대감각이 많이 변했다. 이제는 다수 대중의 지지가 있는지, 이어갈 가치가 있는지를 따져볼 때가 됐다.



오월은 가정의 달, 사랑과 감사의 마음이 녹음처럼 촉촉하게 정감이 넘치는 계절이다. 오월의 달력은 행사들로 가득 차 있다. 1일은 근로자의 날, 5일은 어린이날, 8일은 어버이날, 11일은 입양의 날, 12일은 자동차의 날, 14일은 로즈데이에 식품안전의 날, 그리고 15일은 스승의 날과 세계가정의 날, 17일은 석가탄신일, 20일은 성년의 날, 21일은 부부의 날, 22일은 가정위탁의 날, 25일은 실종아동의 날 등 기억조차 할 수 없다.

기념일은 만들어진 이유가 있다.

오월의 첫날 1일은 노동자의 열악한 근로조건을 개선하고 지위를 향상시키기 위해 각국의 노동자들이 연대의식을 다지는 메이데이로 잘 알려져 있다. 이날만 되면 “시끄럽겠구나”라는 생각이 앞서고 근로자들은 ‘하루를 더 쉬나보다’라는 생각에서 그다지 나아지지 않은 것 같다. 오히려 근로자들 간에 임금격차는 극심해지고 ‘적거나 아예 못 벌거나’ 하는 식으로 양분되고 있는 느낌, 청년 실업자는 증가하고 일자리는 줄어든다. 쉴 수 없는 근로자들, 일손이 부족한 중소기업들, 물량이 줄어 일을 더할 수도 없는 근로자들, 정작 보호를 받아야 할 근로자들에겐 그림의 떡이다. 근로자의 날은 살아있나?

어린이날은 1923년 모든 어린이가 차별 없이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지닌 민주시민으로서 바르고, 아름답고, 씩씩하게 자라는 것을 고취하기 위해 소파 방정환 선생이 제창했다. “날아라 새들아 푸른 하늘을, 달려라 냇물아 푸른 벌판을, 5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 그러나 90년이 지난 지금, 지나친 상업화로 인해 어린이날 본래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 오냐오냐 귀엽다고 선물이나 주고 예의없이 떼를 써도 용서받는 날은 아닐 터, 어린이날은 살아있나?

‘낳실 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기를 제 밤낮으로 애 쓰는 마음/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뉘시고/손발이 다 닳도록 고생하시네~….’ 어머니의 사랑과 은혜를 되새기기 위해 1956년 제정된 어머니날은 1973년 어버이날로 바뀌었다. 부모가 모두 중요하다는 뜻, 꽃 한 송이에 흐뭇해하는 부모들, 요즘은 결손가정 편부모 자녀들도 적지 않다. 어머니와 아버지날을 따로 기념하는 나라들도 많다. 아버지의 역할과 어머니의 역할은 다르고 고마움도 다르다. 어버이날로 통합되면서 어머니 은혜마저 잊혀 가는 건 아닌지, 어머니날은 살아있나?

스승의 날이 되면 유공자 표창이나 노고에 대한 격려의 이면에는 언제나 ‘우리 사회에 스승이 없다’는 소리가 뒤따른다. ‘교권존중과 스승공경의 사회적 풍토’를 조성하자는 본래의 목적과 달리 교사가 멱살 잡히고 발로 차이는 세상, 담임교사가 입시의 기술자이길 기대하는 학부모들, 스스로 시간 노동자임을 자처하는 교사들이 스승감 찾기에 인색하다. 하지만 닮고 싶은 인생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을 스승이라고 생각한다면, 한국땅에 정말 스승이 없을까? 스승의 날은 살아있나?

관심만 있고 관계가 없다. 기념일은 많지만 일회성 행사로 그치고 만다. 역사와 전통은 매우 중요하지만, 시대감각이 많이 변했다. 이제는 다수대중의 지지가 있는지, 이어갈 가치가 있는지를 따져볼 때가 됐다. 고칠 게 있다면 다른 것으로 대체하거나 고치는 게 낫다. 어버이날에 문제가 있다면 어머니날로 환원시키거나, 기념일 하나라도 손대는 게 창조한국 문화융성의 작은 시발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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