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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세계 유동성 함정에 빠지나
[헤럴드경제=권남근ㆍ신수정ㆍ양대근 기자]세계 주식시장에서 ‘그랜드(Grand) 유동성 장세’가 연출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 증시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고 일본 증시도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각국 중앙은행들이 자국 경기부양을 위해 잇달아 금리를 낮추는 등 양적완화 정책을 펼치면서 갈 곳 없는 돈이 위험자산인 주식으로 몰리면서 펼쳐지는 모습이다. 한국은행도 9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면서 뒤늦게 글로벌 유동성 대열에 동참했다.

글로벌 주식시장에서 당분간 이같은 형국이 이어질 것이라는 낙관론이 우세하다. 하지만 넘쳐나는 돈이 소비와 투자로 이어지지 않고, 실물경기 회복도 받쳐주지 않는다면 유동성 함정에 빠진 채 시장이 붕괴할 수 있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ㆍ유럽ㆍ일본 주식 트로이카 상승세=최근 선진국 증시의 랠리는 무서울 정도다. 중앙은행들이 마구잡이로 돈을 풀어 자국 경제 살리기에 나서면서 세계는 유동성 장세를 맞고 있다. 크게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양적 완화 ▷유럽중앙은행(ECB)의 저금리 기조 ▷엔저정책으로 경기를 부양하는 일본의 ‘아베노믹스’ 3가지가 맞물리며 세계 증시를 더욱 끌어올리고 있다.

조병현 동양증권 연구원은 “중앙은행들의 추가적인 유동성 공급은 결국 넘처나는 유동성이 투자 대상을 찾아 나서게 만드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뉴욕증시는 연일 사상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8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1만5105.12,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지수는 1632.69로 전날에 이어 다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나스닥도 3413.27로 12년만에 최고수준이다.

유럽 증시도 동반랠리 중이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30 지수는 8249.71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100 지수도 6583.48로 마감, 2007년 11월 이후 최고치에 육박했다. 일본 닛케이 지수 역시 지난 7일 4년 11개월 만에 1만4000선을 넘었다. 전세계적인 유동성은 시장에 대한 낙관론을 근거로 한다.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7일(현지 시간) CNBC에 출연해 연일 최고점을 찍는 미국 증시에 대해 “앞으로 인생에서 최고로 놀라운 증시 상승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재 현대증권 투자전략부장은 “풍부한 유동성과 유로존의 리스크 프리미엄 하락, 미국 경제의 완만한 회복세가 이어지고 있어 내년 상반기까지는 글로벌 증시 강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이후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시화되는 시점에서 세계은행들의 통화긴축 진행 정도에 따라 증시 상황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동성 함정에 빠질 위험도 동반 상승=전문가들은 최소한 올해까지 각국 중앙은행이 유동성을 푸는 정책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이렇게 풀려진 돈이 증시로만 들어오고 소비와 투자로 연결되지 않을 경우 유동성 함정에 빠질 수도 있다. 증시 버블이 커지는 가운데 실물경제 회복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어느 순간 시장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때문이다.

비관적인 경제 전망으로 ‘닥터 둠’으로 알려진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학 경영대 교수는 “주식시장에 아직 거품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2년 동안 위험 자산에 대한 거대 랠리가 지속하면 시장이 크게 붕괴하는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소재용 하나대투증권 거시전략팀장도 “과잉 유동성에 대한 부담이 버블을 만들고 중국의 불안정성까지 확대되면 2~3년안에 위기가 현실화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강현기 아이엠투자증권 연구원은 “선진국들이 일단 유동성을 강하게 푼다는 것 자체가 지금 글로벌 경기가 상당히 열악하다는 방증”이라며 “각국 정책 효과가 가시화돼야 실물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happyd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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