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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시아 중앙은행 ‘돈과의 전쟁’…금리인하, 환시장 구두개입 등 자국통화 절상 방어 안간힘
[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 아시아 중앙은행들이 밀려드는 글로벌 자금에 ‘돈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를 겪은 이들 국가들은 미국과 일본의 무차별 돈살포로 물밀듯 들어오는 글로벌 자금을 방어하는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9일 “아시아 중앙은행들이 다시 유입되는 글로벌 자금을 외환보유고에 쓸어 담고 있다”며 “이들 은행은 자국통화 가치 절상을 막기 위해 ‘돈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세계은행(WB) 분석에 따르면, 4월까지 아시아로 유입된 자금은 640억달러(약 70조원)로 전년대비 42% 증가했다.

이와 함께 외환보유고도 1200억달러(약 130조원) 늘어 총액이 4조3000억달러(약 4670조원)에 달헀다.

특히 아시아 뮤추얼 펀드로의 유입이 두드러졌다. 펀드추적 전문업체인 EPFR글로벌은 올해 아시아 신흥국의 채권 뮤추얼 펀드로 유입된 자금이 70억달러(약 7조6000억원)에 달한다며 이는 2010년 한해 유입액과 맞먹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글로벌 자금의 공격적 유입으로 아시아 국가의 통화가치는 일제히 상승했다. 올해 각국의 통화 절상률은 중국(1.2%), 말레이시아 (2.58%), 대만(1.78%), 필리핀 (1.08%)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한국의 원화는 절상률은 4.9%에 달해 30개 주요 선진ㆍ신흥국 통화 가운데 가장 높았다.

아시아 금융당국은 환율방어를 위해 금리인하, 외환시장 개입, 부처간 정책 공조 등 가능한 수단을 총동원하고 있다.

호주와 인도는 먼저 기준금리를 낮췄다. 호주는 지난 7일 기준금리를 3%에서 2.75%로 53년만에 최저 수준으로 인하했고, 인도는 지난 3일 현행 7.5%에서 7.25%로 올들어 세번째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위안화 절상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중국은 지난 6일 불법적인 해외자금 유입을 제한하고 금융기관의 과도한 해외차입금을 조정하는 특단의 조치를 내놨다.

또 최근 신용등급이 상승한 필리핀은 은행 예금금리를 낮췄고, 뉴질랜드와 태국은 외환시장 개입도 불사할 태세다.

이들 국가는 자국 통화가치 절상이 수출경쟁력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서든 스톱’(sudden stopㆍ갑작스러운 자금 유입 중단)과 자금 유출로 금융시장이 마비되는 1997년 외환위기가 재연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경쟁적으로 양적완화를 단행한 선진국이 갑자기 ‘출구전략’에 돌입할 경우 신흥국에서 외국인 투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 환율폭등, 주가폭락, 외환사정 악화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아시아 중앙은행의 운신의 폭이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BBVA의 스테판 슈바르츠 이코노미스트는 “아시아 중앙은행이 직면한 딜레마는 자금 유입에 금리인하로 대응하면 되지만 과열 경기와 자산거품을 우려하는 국가들은 손쉬운 양적완화로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의 양적완화 기조가 유지되고 엔 캐리트레이드 부활 조짐이 보이는 만큼 이같은 아시아 국가의 통화 절상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노무라증권의 크레이그 챈 외환분석가는 “아시아는 선진국과 달리 성장이 지속되고 있는 지역”이라며 “글로벌 자금이 어디로 흐를지는 자명하다”고 말했다.

한편 월가에서는 일본의 전례없는 양적 완화가 폰지게임에 폰지 게임을 추가하는 식의 극히 위험한 도박이라는 경고도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텍사스 소재 헤지펀드인 해트먼 캐피털의 카일 바스 대표는 “일본 양적 완화의 끝이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 대출) 사태를 능가하는 충격을 일본에 가져다줄 수 있다”고 말했다.

바스는 “일본 재정이 이미 무너졌다”면서 이것이 “폰지 게임에 폰지 게임을 추가한 것”이라고 원색적으로 경고했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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