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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 정덕상> 남양유업? 정치의 소비자주권은 잊고 있다
판매상을 겁박하는 남양유업의 횡포는 우리 사회의 갑을관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독과점이 낳은 폐해다. 정당이 갑, 국민은을. 뒤바뀐 갑을 관계를 뒤집어볼 때가 되지 않았는가.



취임 후 첫 해외 순방에 나선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 뉴욕에 도착한 지난 6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워싱턴 인근 메릴랜드 주 앤드루스 공군기지 골프장에 나갔다. 휴일도 아닌 평일에. 그는 이날 “나이스 샷”을 연호하면서 공화당 상원의원들에게 자신이 추진하고 있는 정책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했다. 미국 언론들은 “오바마의 국내 최대 현안인 예산안 문제, 시리아 문제 등에 대한 협조를 구하기 위한 포석이 깔려 있다”고 보도했다. 핵미사일을 날리겠다고 위협하는 북한 문제와 직결되는 한국의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앞둔 오바마의 골프라운딩은 낯설다. 박 대통령은 방미에 앞서 3일 동안 일정을 비우고 준비했다.

그만큼 오바마 대통령에게 공화당과의 밀월은 중요하다. ‘환심공세’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민주당과 공화당의 이전투구로 국정 추진력을 상실한 미국은 지금 정치적 위기를 겪고 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민주주의의 선진국이라는 미국에서도 양당 체제가 바람직한 정치체제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남북이 대치한 위급한 상황, ‘단순명료’를 좋아하는 국민성 때문에, 진보정의당ㆍ통합진보당 등 군소정당의 세력화를 좀처럼 허용하지 않는 우리 국민 대다수가 선호하는 양당제가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정치 현실을 따져보면 우리나라의 양당제에 대한 회의는 더 깊어진다. 추락 중인 제1 야당 민주당의 지지율은 14% 정도다. 집권 여당 새누리당은 40%대다. 만약 선거를 하게 되면 민주당표는 민주당의 몫이 아니다. 새누리당이 좋으냐, 싫으냐가 판단 기준이다. 김한길 신임대표는 취임일성으로 “영혼만 빼고 모든 것을 버려야 살 수 있다”고 외쳤다. 계파주의를 청산하고, 온정주의, 분열주의, 포퓰리즘, 교조주의와 결별을 선언했다. 존재감을 잃은 민주당의 절박한 현실에 대한 반성이다. 민주당이 변할까. 글쎄다. 환골탈퇴, 뼛속까지 바꾼다는 민주당의 공허한 약속은 너무 많이 들어왔다. 동화 속의 양치기 소년이 된 지 오래다. 하다못해 요즘 초등학교에서도 창의성을 구현하겠다고 주관식과 서술형이 나온다. 그런데 정치는 사지선다형도 아니다. OX, 양자택일이다. 여의도에서 만난 한 국회의원은 우리나라 정치에서 70%는 공백이라고 했다. 좌와 우, 극단의 15%가 목소리를 높여 갈등관계가 형성되고, 그 갈등이 우리 정치의 전부라고 했다. 중간 70%의 다양한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는 게 한국 정치라고 땅을 쳤다.

상품과 재화를 고를 때만 소비자 주권인가. 정치에서의 소비자주권이 절실하다. 양당제로 사실상 굳어진 정당체제의 변화를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은 유권자의 요구와 실행이다. 그래야만 특정 지역의 이익에 기대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는 정당이 아니라, 중산층과 우리 사회의 중심을 잡을 수 있는 중도 노선에 굳건히 뿌리는 내리는 정당이 태동할 수 있다. 재고를 밀어내려고 판매상에게 욕설까지 퍼부으면서 겁박하는 남양유업의 횡포는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갑을관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독과점이 낳은 폐해다. 정당이 갑, 국민은 을. 뒤바뀐 갑을 관계를 뒤집어볼 때가 되지 않았는가.

jpur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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