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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광장 - 한상완> 해운업의 ‘치킨게임’
해운업, 유사시엔 ‘국방예비군’
에너지 수입등 절대적 의존도
시장원리에 치우쳐 보지 말고
선박보조금등 신속도입 검토를




해운시장에서 의자 앉기 게임이 벌어지고 있다. 하나는 무조건 탈락한다. 하지만 나머지는 살아남는다. 그러다 보니 해운업에서 의자 앉기 경쟁이 필사적이다. 공급 과잉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하나를 내쫓기 위한 치킨게임이 되고 있다. 세계 주요국 정부들도 게임에 동참하고 있다. 의자 앉기에서 누군가는 탈락해야 시장이 정상화된다는 것은 알지만, 탈락하는 기업이 자국 선사가 되는 것은 막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세계 각국이 자국 해운사 지원에 나서면서 구조조정의 불똥이 엉뚱한 데로 튀고 있다는 점이다. 먼저 문제가 심각하게 터진 곳은 방만하게 운영하던 유럽 선사들이었다. 서브 프라임 위기가 터지면서 유럽 선사들에서 부실화 사태가 터졌다. 세계 3위 ‘CMA-CGM’이 부도의 길로 들어섰고, 다른 해운사들도 흔들거렸다. 시장 원리대로 했으면 유럽 선사들은 그때 탈락되었을 것이고, 지금쯤 해운시장은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유럽 각국이 자국 선사보호 차원에서 대대적인 지원에 나섰고, 이제는 바로 그 ‘CGA-CGM’을 포함한 공룡선사들이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정상적인 선사들을 시장에서 몰아내려고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다.

세계 각국이 자국 선사를 지원하는 내용을 보면 다양하다. 자금 조달에 정부 보증을 서준다. 때문에 원활한 자금 조달이 가능하고 이자 비용도 저렴하다. 미국에서는 해운안보프로그램(MSP)을 통해 국가비상시 선대 동원을 명목으로 보조금을 지원하고, 선박 건조나 수리에 필요한 원리금에 대한 융자보증이나 세제 지원까지도 실시하고 있다.

해운업은 민간에서 영위하긴 하지만 공적인 성격이 강한 산업이다. 해운업은 산업물류를 담당하는 국가 기간산업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대륙과 연결이 되지 않는 섬나라와 매한가지여서 국가 경제 전체가 해운업에 의존하는 바가 절대적이다. 해운업은 수출입 화물의 99.8%를, 원유, 철광석, 연료탄, LNG 등 전략물자는 100%를 실어 나른다. 해운업이 없으면 전자, 자동차에서부터 통신, 의류, 농업까지 모든 산업이 가동을 정지한다. 가정에서는 전기, 난방용 열, 취사용 가스 등의 공급이 멈출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말해 대한민국이 폐업 상태로 돌입하게 된다. 또한 해운업은 유사시 군수품과 병력 수송 등의 기능을 수행하는 국방예비군이다. 이런 공적 기능 때문에 세계 각국은 해운업을 시장원리로만 맡겨두지 않는다. 이에 더해 해운업은 그 자체로도 고부가가치 수입대체산업이고 금융, 조선, 철강 등 관련 전후방 산업의 발전도 주도한다.

해운업의 치킨게임이 장기화하면서 우리 해운사들도 힘들어하고 있다. 엉뚱하게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자구노력이 극한에 도달해 배뿐만 아니라 항만 하역장비까지 내다팔고 있을 정도다. 이대로 놔두면 산업기반의 훼손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우리 해운사를 죽여서 다른 나라 해운사를 살릴 이유는 없다.

해운업을 살리기 위해서는 첫째, 정부 보증의 자금 지원이 필요하다. 정부 보증은 자금 회전에도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비정상적으로 높아진 이자비용도 정상화시키는 효과가 있다. 해수부가 2조원의 해운보증기금을 조성한다고 하지만 때가 늦으면 소용이 없다. 둘째, 자본 확충을 도와야 한다. 장치산업으로서 해운업의 특성을 감안해 영구채를 보완자본으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 셋째, 시황 침체 장기화에 대비해 국내 물량을 국적 선사에 우선 배정하고, 적정 마진도 보장해줄 필요가 있다. 지금 국내 화주들은 운송단가를 너무 낮게 책정하고 있어서 해운선사들은 운송을 하고도 남는 것이 별로 없다. 여기에 더해 우리나라도 선박 보조금제도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국적 선사가 없어지게 될 경우 국방예비군으로서의 기능을 맡길 곳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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