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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야구장 '여성 아나운서들의 전쟁' > “금녀의 집 허물고…난, 6년차 프로”
① 김민아 MBC스포츠플러스 아나운서
야구의 치열함 닮은 방송세계
시청률 1위 지키고 있는 ‘여신’

현장의 생생한 경험 큰 무기
“외모로만 평가해 주지 마세요”



“야구의 치열함을 닮은 방송세계에서 외모가 경쟁력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보이고 싶어요.”

이른바 ‘꽃들의 전쟁’에서 수치(시청률)로 성적표를 쓸 때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여신’은 김민아 MBC스포츠플러스 아나운서다. 10년간 피겨 스케이팅을 했던 김민아(30)는 벌써 6년차 ‘야구여신’. 4개 채널(MBC스포츠플러스, KBS N 스포츠, SBS ESPN, XTM)에서 비슷한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다른 아나운서보다 가장 오랜 경력의 베테랑이다.

김민아 아나운서가 ‘금녀의 집’에 처음 발을 디딘 것은 6년 전이었다. 보는 운동보다 직접 뛰는 운동을 좋아해 10년이나 피겨 스케이팅을 했던 김민아는 생각지도 못한 ‘프로의 세계’에 들어왔다. 이젠 어엿한 맏언니다.

김 아나운서도 처음부터 여신은 아니었다. 입사 초기엔 여느 아나운서와 리포터처럼 다양한 종목을 만났다. 씨름, 마라톤, 아킬레스건에 무리가 생겨 그만두게 된 피겨도 그 때 만났다. 발을 처음 디뎠을 때에 비한다면 지금의 김민아는 베테랑이 됐다.

“처음엔 까다로운 부분이 많았어요. 하지만 선수들의 플레이를 이야기하고 투수 구종을 설명하는 것은 저 혼자 하는게 아니에요. 당대 최고의 야구선수 출신 해설가와 함께 하다 보니, 마치 강남의 고급 과외선생님을 모셔놓고 공짜로 배우는 느낌이었어요.”

 
지난 3일 서울 여의도에서 만난 김민아 MBC 스포츠플러스 아나운서는 “야구의 치열함을 닮은 방송세계에서 외모가 경쟁력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보이고 싶다”며 당찬 포부를 전했다.                                                      [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김민아 스스로의 꾸준한 학습에 환경이 도와주니 시너지가 컸다. “어떻게 하면 귀에 걸리지 않는 멘트로 잘 표현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 아침마다 전날 경기를 정리했다. 거기에 김민아의 옆을 든든하게 지켜둔 ‘과외선생님’들 덕분인지 그는 잘 모르던 세계에 대해 “빠르게 흡수할 수” 있게 됐다. 4년 전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이 첫 선을 보인 이후 지금의 김민아는 80분 방송을 애드리브로 채울 수 있는 안정감있는 진행을 보여주게 됐다. KBS N 스포츠 채널의 최희 아나운서는 김민아에 대해 “깊이있는 내용을 이야기하고 전하는 모습에서 베테랑의 면모가 느껴진다”면서 “그 모습이 도도하고 세련돼보인다”고 했을 정도다.

물론 김민아에게도 실수는 있었다. 그가 야구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처음 인터뷰한 선수는 삼성 라이온즈의 김상수다. 2009년 개막일이었다. 12년 만에 신인선수가 선발에 올라 화제를 모았던 때다. 김민아는 “나의 처음과 김상수 선수의 첫 선발이라는 설렘이 비슷한 느낌이 들어 재밌게 인터뷰를 진행했다”면서 “그러다 마지막에 김상수 감독이라고 말하는 실수를 했다”고 떠올렸다.

역시 ‘승부의 세계’는 치열했다. 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 역시 김민아다.

여자 아나운서가 등장해 스포츠 하이라이트를 전할 때, 남성 시청자들은 의아해했다. “여자가 야구를 하네?”라는 신기한 시선도, “여자 아나운서가 뭘 안다고?”라는 미심쩍은 시선도 있었다. 하지만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야구를 점차 잘 알아가는 여자 캐릭터들이 등장”해 시청자들과 만나 시청률에서 최고의 성과를 냈다. 여신의 등장은 결국 ‘시청자들이 요구하는 포맷’이었다는 해석이다.

“여기는 누구나 새로운 얼굴을 원하는 세상이지만 누구도 아마추어를 원하지는 않아요. TV는 프로의 세계이지 아마추어가 활동하는 곳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 모습이 야구와 닮았다. 김민아는 “제아무리 김동주 선수라 해도 백핸드캐치를 놓쳐 치명적 실점을 하면 빠지고, 천하의 류현진도 한 회에 4실점을 하면 마운드에서 내리는 게 야구다”라면서 “매일 방송을 하지만 오늘을 마무리하지 못하면 내일 등판은 약속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 치열함이 방송과 야구가 닮았기에 김민아 아나운서는 하루와 한 달이 치열하다. 어느덧 서른을 넘긴 탓에 젊음으로 승부해야하는 세계의 어려움도 알고 있다.

“지금은 일년 뒤를 꿈꾸는 것도 힘든 나이인 것 같아요. 야구선수들처럼 올 한해를 잘 버티고, 올 시즌을 잘 마무리하고 싶어요. 그리고 ‘꽃들의 전쟁’이지만 꽃들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곳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 보이고 싶어요.”

고승희 기자/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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