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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들의 전쟁’ 야구여신 ① 김민아 “최고의 선수는 추신수”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야구의 치열함을 닮은 방송세계에서 외모가 경쟁력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보이고 싶어요.”

이른바 ‘꽃들의 전쟁’에서 수치(시청률)로 성적표를 쓸 때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여신’은 김민아 MBC스포츠플러스 아나운서다. 어린시절 피겨 스케이팅을 했던 김민아(30)는 벌써 6년차 ‘야구여신’. 4개 채널(MBC스포츠플러스, KBS N 스포츠, SBS ESPN, XTM)에서 비슷한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다른 아나운서보다 가장 오랜 경력의 베테랑이다.

김민아 아나운서가 ‘금녀의 집’에 처음 발을 디딘 것은 6년 전이었다. 보는 운동보다 직접 뛰는 운동을 좋아해 10년이나 피겨 스케이팅을 했던 김민아는 생각지도 못한 ‘프로의 세계’에 들어왔다. 이젠 어엿한 맏언니다.

▶ ‘여신의 서막’=김민아 아나운서도 처음부터 여신은 아니었다. 입사 초기엔 여느 아나운서와 리포터처럼 다양한 종목을 만났다. 씨름, 마라톤, 아킬레스건에 무리가 생겨 그만두게 된 피겨도 그 때 만났다. 발을 처음 디뎠을 때에 비한다면 지금의 김민아는 베테랑이 됐다.

“처음엔 까다로운 부분이 많았어요. 하지만 선수들의 플레이를 이야기하고 투수 구종을 설명하는 것은 저 혼자 하는게 아니에요. 당대 최고의 야구선수 출신 해설가와 함께 하다 보니, 마치 강남의 고급 과외선생님을 모셔놓고 공짜로 배우는 느낌이었어요.”


김민아 스스로의 꾸준한 학습에 환경이 도와주니 시너지가 컸다. “어떻게 하면 귀에 걸리지 않는 멘트로 잘 표현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 아침마다 전날 경기를 정리했다. 거기에 김민아의 옆을 든든하게 지켜둔 ‘과외선생님’들 덕분인지 그는 잘 모르던 세계에 대해 “빠르게 흡수할 수” 있게 됐다. 4년 전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이 첫 선을 보인 이후 지금의 김민아는 80분 방송을 애드리브로 채울 수 있는 안정감있는 진행을 보여주고 있다. KBS N 스포츠 채널의 최희 아나운서는 김민아에 대해 “깊이있는 내용을 이야기하고 전하는 모습에서 베테랑의 면모가 느껴진다”면서 “그 모습이 도도하고 세련돼보인다”고 했을 정도다.

▶ 김상수와 추신수=김민아 아나운서에겐 야구여신으로 불리기까지 잊을 수 없는 두 명의 선수가 있다. 바로 삼성 라이온즈의 김상수와 신시내티 레즈의 추신수다.

김상수 선수와의 인연은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해 개막일이었다. 당시는 12년 만에 신인선수가 선발에 올라 화제를 모았던 때, 바로 그 주인공이 김상수 선수였다. 김민아 아나운서는 “첫 인터뷰 상대가 김상수 선수였다”면서 “나의 처음과 김상수 선수의 첫 선발이라는 설렘이 비슷한 느낌이 들어 재밌게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마지막에 김상수 감독이라고 말하는 실수를 했다”고 떠올렸다.

추신수 선수는 김민아 아나운서가 만난 ‘최고의 선수’라고 손가락을 치켜세우는 플레이어다. 


김 아나운서는 “스타 플레이어들은 거기에 맞는 인격을 갖추고 있다”면서 “그 중에서도 추신수 선수는 다른 선수들보다도 가장 돋보인다”며 추신수 선수와의 인터뷰 당시를 떠올렸다. 인터뷰 이전 추신수 선수 측에서 김민아 아나운서에게 요구했던 몇 가지가 있다. 일종의 절차였다. ‘인터뷰는 일주일 전에 얘기하라’, 전날 컨펌을 해라’, ‘경기 연습시간 전에 와달라’는 것이었다.

이 같은 요구사항을 받아들고 김민아 아나운서는 “이건 메이저리그 선수들에 대한 대접이라 생각한다. 내가 그렇게 대접해주고 기다려줌으로써 그 사람도 나에게 같은 대접을 해줄 수 있는 뭔가를 다 보여주는 것 같다”고 이해했다. 그러면서 김민아 아나운서는 “추신수 선수에겐 배울 점도 많다”면서 “매일 아침 5시에 출근해 제일 먼저 운동을 시작한다. 50명의 같은 팀 선수들이 혀를 내두를 만큼 성실하다. 그렇게까지 치열하게 살 거라는 생각은 못했다. 스스로에게도 치열했고, 다른 사람에게도 절제할 수 있게끔 해준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 ‘방송=야구’ 치열한 프로의 세계=여자 아나운서가 등장해 스포츠 하이라이트를 전할 때, 남성 시청자들은 의아해했다. “여자가 야구를 하네?”라는 신기한 시선도, “여자 아나운서가 뭘 안다고?”라는 미심쩍은 시선도 있었다. 하지만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야구를 점차 잘 알아가는 여자 캐릭터들이 등장”해 시청자들과 만나 시청률에서 최고의 성과를 냈다. 여신의 등장은 결국 ‘시청자들이 요구하는 포맷’이었다는 해석이다.

“여기는 누구나 새로운 얼굴을 원하는 세상이지만 누구도 아마추어를 원하지는 않아요. TV는 프로의 세계이지 아마추어가 활동하는 곳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 모습이 야구와 닮았다. 김민아는 “제아무리 김동주 선수라 해도 백핸드캐치를 놓쳐 치명적 실점을 하면 빠지고, 천하의 류현진도 한 회에 4실점을 하면 마운드에서 내리는 게 야구다”라면서 “매일 방송을 하지만 오늘을 마무리하지 못하면 내일 등판은 약속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 치열함이 방송과 야구가 닮았기에 김민아 아나운서는 하루와 한 달이 치열하다. 어느덧 서른을 넘긴 탓에 젊음으로 승부해야하는 세계의 어려움도 알고 있다.

“지금은 일년 뒤를 꿈꾸는 것도 힘든 나이인 것 같아요. 야구선수들처럼 올 한해를 잘 버티고, 올 시즌을 잘 마무리하고 싶어요. 그리고 ‘꽃들의 전쟁’이지만 꽃들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곳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 보이고 싶어요.”

고승희 기자/shee@heraldcorp.com

사진=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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